국가 분열시키는 알고리즘. 정부가 개입해라.
언제부터인가 한국 사회는 혐오, 분열, 분노, 복수, 고발, 비방이 일상이 됐다. 단순한 체감이 아니라 통계로 확인되는 현실이다. 통계를 따라가 보면 갈등의 장작은 여럿이지만, 불을 붙이고 기름을 붓는 것은 하나다. 알고리즘이다.
세계에서 가장 알고리즘에 지배당하는 국민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뉴스리포트'에 따르면 한국 성인 중 유튜브로 뉴스를 보는 비중은 53%로, 46개국 평균(30%)을 훌쩍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진보 성향(62%), 보수 성향(56%)이 강할수록 중도(53%)보다 유튜브 뉴스 이용이 뚜렷했다. 정치색이 강할수록 기자가 아닌 알고리즘이 골라주는 뉴스만 보는 것이다.
문제는 알고리즘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유튜브는 시청한 것과 비슷한 콘텐츠를 반복 추천하고, 유튜버는 경쟁에서 이기려 말초적 의혹을 던지며, 정치인은 규제 대신 편승한다. 구조는 이렇다. 분노 콘텐츠 시청 → 유사한 영상 연속 노출 → 감정 편향 강화 → 광고·수익. 분노가 돈이 되는 산업이 완성된 것이다.
알고리즘이 키운 것은 '이념'이 아니라 '감정'이다
결과는 조사에 그대로 나타난다. 한국행정연구원 '2025년 사회통합 실태조사'(성인 8,305명)에서 보수·진보 이념 갈등은 4점 만점에 3.2점으로 계층(2.9점), 노사(2.8점), 지역·세대 갈등(각 2.7점)을 제치고 1위였다.
실체를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연구에 따르면 한국 정치 분열의 원인은 이념 차이가 아니라 정서적 양극화이며, 정치 관심이 높은 강성 지지층이 오히려 협치를 저해하는 주된 동력이다. 정책이 달라서가 아니라 상대가 그냥 싫어서 싸운다는 것이다. 생각의 차이는 토론으로 좁혀지지만 감정의 대립은 좁혀지지 않는다. 매일 분노 영상을 추천받는 사람은 좁힐 기회조차 없다.
혼자 사는 국민, 알고리즘과 단둘이 남았다
과거에는 알고리즘이 분노를 부추겨도 식혀줄 완충지대가 있었다. 가족, 이웃, 직장, 지역사회다. 그러나 2024년 1인가구는 804만 5천 가구, 전체의 36.1%로 역대 최고치다. 2000년 15.5%에서 두 배 이상 뛰었다. 서울시 조사에서 1인가구의 62.1%가 외로움을, 13.6%가 사회적 고립을 경험했다.
경제 불안이 겹친다. 가계 자산 불균형은 확대되고 주거 불안과 임금 격차도 커지고 있다. 세대인식조사에서 국민 83%가 세대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는데, 원인으로 청년층의 경제적 불안정(45%)과 함께 '미디어·정치권의 갈등 부추김'이 꼽혔다. 국민 스스로도 이 갈등이 '부추겨진 것'임을 아는 셈이다. 불안하고 외로운 개인이 하루 종일 붙드는 것은 스마트폰이고, 그 화면을 채우는 것은 분노를 팔아 돈을 버는 알고리즘이다.
결말 - 대화 대신 고소장을 꺼내는 나라
한 해 고소·고발로 형사절차에 휘말리는 한국인이 70만 명을 넘는다. 인구가 두 배 이상인 일본은 연간 1만여 건, 인구 비례로 한국이 100배 이상이다. 온라인 갈등과 직결되는 명예훼손·모욕 고소·고발은 2010년 2만 2천 건에서 2020년 7만 9천 건으로 4배 급증했지만, 기소는 연평균 1만 1천 건으로 거의 그대로였다. 죄가 늘어난 게 아니라 상대를 벌주고 싶은 마음이 늘어난 것이다. 그 마음을 매일 충전해주는 것이 추천 알고리즘이다.
개인의 절제에 맡길 단계는 지났다
담배가 공중보건 문제가 되었을 때 국가가 개입했듯, 분노를 파는 알고리즘도 개인의 절제에 맡길 수준을 넘어섰다. 플랫폼은 감정을 자극할수록 돈을 버는 구조라 스스로 멈출 유인이 없다. 시장이 교정할 수 없는 실패는 정부가 교정해야 한다.
방향은 다섯 가지다. 첫째, 알고리즘 투명성 의무화. 추천 기준을 공개하고 외부 감사를 받게 해야 한다. 둘째, 이용자 선택권. 추천을 끄거나 시간순 피드를 택할 권리를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 셋째, 허위·혐오 콘텐츠 수익에 대한 플랫폼과 제작자의 책임 강화. 분노가 돈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넷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연구자들도 허위정보 확산에 맞선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다섯째, 완충지대 복원. 사람이 알고리즘이 아닌 사람과 연결되도록 하는 관계망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연결된 나라였다. 이제 가장 깊게 분열된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그 사이에 알고리즘이 있다. 원인이 확인된 이상 방치는 직무유기다. 분노를 파는 산업으로부터 국민의 마음을 지키는 일, 그것이 지금 국가가 할 일이다.
세계에서 가장 알고리즘에 지배당하는 국민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뉴스리포트'에 따르면 한국 성인 중 유튜브로 뉴스를 보는 비중은 53%로, 46개국 평균(30%)을 훌쩍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진보 성향(62%), 보수 성향(56%)이 강할수록 중도(53%)보다 유튜브 뉴스 이용이 뚜렷했다. 정치색이 강할수록 기자가 아닌 알고리즘이 골라주는 뉴스만 보는 것이다.
문제는 알고리즘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유튜브는 시청한 것과 비슷한 콘텐츠를 반복 추천하고, 유튜버는 경쟁에서 이기려 말초적 의혹을 던지며, 정치인은 규제 대신 편승한다. 구조는 이렇다. 분노 콘텐츠 시청 → 유사한 영상 연속 노출 → 감정 편향 강화 → 광고·수익. 분노가 돈이 되는 산업이 완성된 것이다.
알고리즘이 키운 것은 '이념'이 아니라 '감정'이다
결과는 조사에 그대로 나타난다. 한국행정연구원 '2025년 사회통합 실태조사'(성인 8,305명)에서 보수·진보 이념 갈등은 4점 만점에 3.2점으로 계층(2.9점), 노사(2.8점), 지역·세대 갈등(각 2.7점)을 제치고 1위였다.
실체를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연구에 따르면 한국 정치 분열의 원인은 이념 차이가 아니라 정서적 양극화이며, 정치 관심이 높은 강성 지지층이 오히려 협치를 저해하는 주된 동력이다. 정책이 달라서가 아니라 상대가 그냥 싫어서 싸운다는 것이다. 생각의 차이는 토론으로 좁혀지지만 감정의 대립은 좁혀지지 않는다. 매일 분노 영상을 추천받는 사람은 좁힐 기회조차 없다.
혼자 사는 국민, 알고리즘과 단둘이 남았다
과거에는 알고리즘이 분노를 부추겨도 식혀줄 완충지대가 있었다. 가족, 이웃, 직장, 지역사회다. 그러나 2024년 1인가구는 804만 5천 가구, 전체의 36.1%로 역대 최고치다. 2000년 15.5%에서 두 배 이상 뛰었다. 서울시 조사에서 1인가구의 62.1%가 외로움을, 13.6%가 사회적 고립을 경험했다.
경제 불안이 겹친다. 가계 자산 불균형은 확대되고 주거 불안과 임금 격차도 커지고 있다. 세대인식조사에서 국민 83%가 세대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는데, 원인으로 청년층의 경제적 불안정(45%)과 함께 '미디어·정치권의 갈등 부추김'이 꼽혔다. 국민 스스로도 이 갈등이 '부추겨진 것'임을 아는 셈이다. 불안하고 외로운 개인이 하루 종일 붙드는 것은 스마트폰이고, 그 화면을 채우는 것은 분노를 팔아 돈을 버는 알고리즘이다.
결말 - 대화 대신 고소장을 꺼내는 나라
한 해 고소·고발로 형사절차에 휘말리는 한국인이 70만 명을 넘는다. 인구가 두 배 이상인 일본은 연간 1만여 건, 인구 비례로 한국이 100배 이상이다. 온라인 갈등과 직결되는 명예훼손·모욕 고소·고발은 2010년 2만 2천 건에서 2020년 7만 9천 건으로 4배 급증했지만, 기소는 연평균 1만 1천 건으로 거의 그대로였다. 죄가 늘어난 게 아니라 상대를 벌주고 싶은 마음이 늘어난 것이다. 그 마음을 매일 충전해주는 것이 추천 알고리즘이다.
개인의 절제에 맡길 단계는 지났다
담배가 공중보건 문제가 되었을 때 국가가 개입했듯, 분노를 파는 알고리즘도 개인의 절제에 맡길 수준을 넘어섰다. 플랫폼은 감정을 자극할수록 돈을 버는 구조라 스스로 멈출 유인이 없다. 시장이 교정할 수 없는 실패는 정부가 교정해야 한다.
방향은 다섯 가지다. 첫째, 알고리즘 투명성 의무화. 추천 기준을 공개하고 외부 감사를 받게 해야 한다. 둘째, 이용자 선택권. 추천을 끄거나 시간순 피드를 택할 권리를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 셋째, 허위·혐오 콘텐츠 수익에 대한 플랫폼과 제작자의 책임 강화. 분노가 돈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넷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연구자들도 허위정보 확산에 맞선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다섯째, 완충지대 복원. 사람이 알고리즘이 아닌 사람과 연결되도록 하는 관계망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연결된 나라였다. 이제 가장 깊게 분열된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그 사이에 알고리즘이 있다. 원인이 확인된 이상 방치는 직무유기다. 분노를 파는 산업으로부터 국민의 마음을 지키는 일, 그것이 지금 국가가 할 일이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세미나 분석 정리 (2026.3.30. 경향신문 보도, 임아영 기자)
한국 사회의 정치적 분열은 이념의 양극화가 아니라 정서적 양극화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은 3월 27일 '한국 사회의 양극화와 국민통합'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으며, 이는 경향신문·중앙일보가 국가미래전략원과 공동 기획하고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25년 12월 29~31일 전국 성인 3,000명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 연구이다.
정연경 선임연구원의 진단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양극화는 이념이나 정책 차원에서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남북문제와 노동자·기업 문제를 제외하면 한미동맹 강화, 고소득자 증세, 사형제 폐지, 여성 차별 해소 노력 등 주요 정책에서 민주당 지지자와 국민의힘 지지자의 태도는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 정당에 대한 호감도 차이로 측정한 정서적 양극화, 즉 지지 정당과 상대 정당 사이의 감정적 거리는 양당 지지자 사이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의 양극화는 이슈가 아니라 감정적 호불호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특히 강성 지지층일수록 정서적 양극화가 심했다. 정당 지지가 가장 약한 응답자와 가장 강한 응답자 사이의 정서적 양극화 점수 차이는 양당 모두 42.8점(호감도 0~100 척도)에 달했다. 강성 지지층의 극단화에는 내적 정치 효능감이 매개 역할을 했는데, 정당 지지가 강할수록 자신이 정치를 잘 이해하고 참여할 능력이 있다는 믿음이 커지고, 이것이 상대 진영의 입장을 틀린 것으로 단정하는 경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높은 정치 관심과 효능감을 가진 강성 지지층이 오히려 민주주의적 협치를 저해하는 양극화의 주된 동력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치 갈등의 책임 소재를 묻는 설문에서 '강성 정당 지지자'가 21%로 1위였고, 여당 19%, 대통령 18%, 야당 14%, 기성 언론 12%, 강성 유튜버 7% 순이었다.
구세진 인하대 교수는 계엄·탄핵 이후 정치적 자기검열 실태를 분석했다. 정치적 견해 차이 때문에 말을 아끼게 되는 경험을 자주 한다는 응답이 32.4%였다. 자기검열과 가장 관련이 큰 변수는 가족·친구와의 정치 갈등 경험으로, 갈등을 겪어본 사람의 자기검열 비율은 46.4%인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22.7%였다. 사회가 분열돼 있다는 인식 자체도 발언을 억제했는데, 분열 인식이 말했을 때 돌아올 사회적 반응을 실제보다 더 적대적으로 예측하게 만들어 발언 비용을 과대평가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침묵은 특정 집단에 집중됐다. 진보적일수록, 젊을수록, 계층 이동 가능성에 회의적일수록, 그리고 교육 수준이 높고 정치를 잘 이해한다고 생각할수록 자기검열 확률이 높았다. 구 교수는 자기검열이 개인의 심리적 선택이 아니라 누가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가의 문제라고 봤다.
한국 사회의 정치적 분열은 이념의 양극화가 아니라 정서적 양극화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은 3월 27일 '한국 사회의 양극화와 국민통합'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으며, 이는 경향신문·중앙일보가 국가미래전략원과 공동 기획하고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25년 12월 29~31일 전국 성인 3,000명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 연구이다.
정연경 선임연구원의 진단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양극화는 이념이나 정책 차원에서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남북문제와 노동자·기업 문제를 제외하면 한미동맹 강화, 고소득자 증세, 사형제 폐지, 여성 차별 해소 노력 등 주요 정책에서 민주당 지지자와 국민의힘 지지자의 태도는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 정당에 대한 호감도 차이로 측정한 정서적 양극화, 즉 지지 정당과 상대 정당 사이의 감정적 거리는 양당 지지자 사이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의 양극화는 이슈가 아니라 감정적 호불호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특히 강성 지지층일수록 정서적 양극화가 심했다. 정당 지지가 가장 약한 응답자와 가장 강한 응답자 사이의 정서적 양극화 점수 차이는 양당 모두 42.8점(호감도 0~100 척도)에 달했다. 강성 지지층의 극단화에는 내적 정치 효능감이 매개 역할을 했는데, 정당 지지가 강할수록 자신이 정치를 잘 이해하고 참여할 능력이 있다는 믿음이 커지고, 이것이 상대 진영의 입장을 틀린 것으로 단정하는 경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높은 정치 관심과 효능감을 가진 강성 지지층이 오히려 민주주의적 협치를 저해하는 양극화의 주된 동력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치 갈등의 책임 소재를 묻는 설문에서 '강성 정당 지지자'가 21%로 1위였고, 여당 19%, 대통령 18%, 야당 14%, 기성 언론 12%, 강성 유튜버 7% 순이었다.
구세진 인하대 교수는 계엄·탄핵 이후 정치적 자기검열 실태를 분석했다. 정치적 견해 차이 때문에 말을 아끼게 되는 경험을 자주 한다는 응답이 32.4%였다. 자기검열과 가장 관련이 큰 변수는 가족·친구와의 정치 갈등 경험으로, 갈등을 겪어본 사람의 자기검열 비율은 46.4%인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22.7%였다. 사회가 분열돼 있다는 인식 자체도 발언을 억제했는데, 분열 인식이 말했을 때 돌아올 사회적 반응을 실제보다 더 적대적으로 예측하게 만들어 발언 비용을 과대평가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침묵은 특정 집단에 집중됐다. 진보적일수록, 젊을수록, 계층 이동 가능성에 회의적일수록, 그리고 교육 수준이 높고 정치를 잘 이해한다고 생각할수록 자기검열 확률이 높았다. 구 교수는 자기검열이 개인의 심리적 선택이 아니라 누가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가의 문제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