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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사고로 장기입원? 유럽은 해결했다

2026-08-22
접촉사고로 장기입원? 유럽은 해결했다 — 사기범죄, 사회
차가 살짝 닿았다. 범퍼에 흠집 하나. 상대는 괜찮다며 손을 흔들고 갔다.

다음 날 전화가 온다. 그날 차에 네 명이 타고 있었단다. 다들 목이 아파 병원에 갔고, 한 명은 벌써 입원했다. 사흘 뒤엔 "허리도 안 좋다"는 진단서가 추가된다. 범퍼 흠집 하나짜리 사고가 몇 달짜리 합의금 협상으로 부풀어 오른다.

과장 같지만 한국에선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그리고 이건 한국만의 병이 아니다.

유럽 전체가 앓던 병이다

경미한 목 부상, 이른바 채찍손상(경추 염좌) 청구가 부풀려지는 현상은 유럽의 오래된 골칫거리였다. 얼마나 흔했냐면 유럽 10개국 데이터를 모아 이 부상의 발생률과 비용을 통째로 비교한 대규모 연구까지 나왔을 정도다.

여기서 나라들이 갈렸다.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는 보상액을 표로 정하는 방식이었고, 독일과 영국은 판례로 그때그때 정하는 구조였다. "부풀리기 게임"에 가장 취약했던 건 정해진 상한이 없던 판례 방식이었다.

스페인: 표로 못을 박다

가장 선명한 사례는 스페인이다. '바레모(Baremo)'라는 법정 보상표가 있는데, 2016년 개정된 이 제도는 모든 부상에 장애 점수를 매기고 그 점수로 보상액을 계산하는 법적 정액표다. 아프면 치료받되, 얼마 받을지는 흥정이 아니라 표가 정한다.

핵심은 이거다. 이 개정으로 경미한 채찍손상 청구자가 보상을 받아내기가 훨씬 까다로워졌고, 스페인 보험사엔 상당한 절감 효과가 생겼다. 동시에 소송 전에 청구자가 먼저 합의안을 내고 상대도 응하거나 거절할 이유를 대게 만들어 "일단 병원부터 가서 기록 쌓자"는 판을 앞단에서 흔들었다.

영국: 뒤늦게, 그러나 정면으로

판례 방식이던 영국은 이 문제에 가장 취약했다. 그래서 2021년 5월, 잉글랜드·웨일스에 대륙식 정액표를 강하게 도입했다. 뼈대는 셋이다.

첫째, 제대로 된 의료 근거 없이는 합의 제안 자체를 금지했다. "얼마 받고 끝낼래?" 식 처리를 막은 것이다.

둘째, 예후 2년 이하 경미 채찍손상에 정액 보상표를 만들었다. 의료보고서상 예상 회복 기간이 나오면 그 기간에 맞는 기준 보상이 적용된다. 치료를 오래 끌수록 합의금이 커지는 구조를 눌렀다.

셋째, 치료는 받되 오래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더 큰 돈이 되지 않게 했다.

이 표는 고정된 것도 아니다. 2025년엔 구조는 그대로 두고 물가(CPI)만 반영해 약 15% 올렸으며, 2025년 5월 31일 이후 사고부터 적용된다. 즉 영국은 앞서서 혼자 푼 게 아니라, 대륙이 먼저 간 길을 뒤늦게 대신 정면으로 따라간 쪽이다.

유럽식의 진짜 메시지

핵심은 "너 꾀병이지?"라고 몰아세우는 게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아프면 치료받아라. 하지만 보상은 치료를 얼마나 끌었느냐가 아니라, 독립적 의료 근거와 정해진 기준으로 계산한다."

한국에선 작은 사고가 나면 "일단 병원 가야 손해 안 본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기록이 쌓일수록 협상 재료가 쌓이고, 진짜 아픈 사람과 과장하는 사람의 경계가 흐려진다. 결국 "적당히 합의하고 끝내자"가 되고, 사고의 충격보다 보험 처리 규모가 더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