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아이큐는? '그리스신화 편'
인간은 수천 년 동안 신을 숭배해왔다. 그런데 막상 신화를 한 줄 한 줄 읽어보면 신들도 인간만큼이나 멍청하다. 오늘은 그리스 신화의 주요 신 다섯을 데려다 놓고, 각자의 행적을 근거로 IQ 테스트를 돌려본다.
제우스 — 반복해서 사고 치는 전능자
아내 헤라는 질투심이 가장 심한 신인데도, 제우스는 그걸 알면서도 인간 여성에게 계속 접근한다. 패턴은 항상 같다. 매번 들키고, 매번 사고가 난다.
판정: IQ 45, 생활 지능은 거의 측정 불가 수준이다.
헤라 — 분노조절장애
헤라는 남편이 바람을 피울 때마다 응징 대상으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고른다. 강간당한 칼리스토는 곰으로 만들어버리고, 아무 죄 없는 이오를 등에에게 쫓기게 하고, 레토는 출산조차 못 하게 뱀을 보내 죽이려 했다. 피해자 목록만으로 신화 한 권을 채울 정도다.
판정: IQ 60, 분노 조절 능력은 사실상 0에 가깝다.
아레스 — 전쟁에서 지는 전쟁신
아레스는 전쟁의 신이다. 그런데 인간 영웅 디오메데스가 아테나의 가호를 받고 창을 던지자 내장이 흘러나올 듯한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고, 복수하러 다시 덤볐다가 이번엔 아테나가 던진 돌에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판정: IQ 35, 근력은 100이지만 전술 이해도는 거의 0이다.
아폴론 — 연애를 못 하는 예언의 신
아폴론은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를 꼬시려고 미래를 보는 능력을 선물로 줬다. 그런데 카산드라가 받아주지 않자 화가 나서 "네가 미래를 정확히 맞춰도 아무도 믿지 않게 만들겠다"는 저주를 걸었다. 훗날 그리스군이 거대한 목마를 두고 가자 카산드라는 "저 안에 군인들이 숨어 있다"고 정확히 경고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고 트로이는 그렇게 무너졌다. 예언의 신이면서 자기 연애의 미래는 전혀 보지 못한 셈이다.
판정: IQ 80, 다만 자기 인생에 그 지능을 적용하는 능력은 12점 수준이다.
포세이돈 — 화나면 도시를 침몰시킨다
포세이돈은 아테네의 수호신 자리를 놓고 아테나와 경쟁했다. 포세이돈은 짠물 샘을 선물했고 아테나는 올리브나무를 선물했는데, 시민들은 올리브를 택했다. 패배한 포세이돈의 반응은 협상이 아니라 거대한 해일이었다. 오디세우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아들 폴리페모스가 눈을 잃자 폭풍과 파도로 10년간 그의 귀향을 막았다. 협상이라는 선택지 자체가 그의 사전에 없다.
판정: IQ 50, 감정 조절 기능은 애초에 탑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종 성적표
제우스: 45점
헤라: 60점
아레스: 35점
아폴론: 80점
포세이돈: 50점
평균: 54점
제우스 — 반복해서 사고 치는 전능자
아내 헤라는 질투심이 가장 심한 신인데도, 제우스는 그걸 알면서도 인간 여성에게 계속 접근한다. 패턴은 항상 같다. 매번 들키고, 매번 사고가 난다.
판정: IQ 45, 생활 지능은 거의 측정 불가 수준이다.
헤라 — 분노조절장애
헤라는 남편이 바람을 피울 때마다 응징 대상으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고른다. 강간당한 칼리스토는 곰으로 만들어버리고, 아무 죄 없는 이오를 등에에게 쫓기게 하고, 레토는 출산조차 못 하게 뱀을 보내 죽이려 했다. 피해자 목록만으로 신화 한 권을 채울 정도다.
판정: IQ 60, 분노 조절 능력은 사실상 0에 가깝다.
아레스 — 전쟁에서 지는 전쟁신
아레스는 전쟁의 신이다. 그런데 인간 영웅 디오메데스가 아테나의 가호를 받고 창을 던지자 내장이 흘러나올 듯한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고, 복수하러 다시 덤볐다가 이번엔 아테나가 던진 돌에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판정: IQ 35, 근력은 100이지만 전술 이해도는 거의 0이다.
아폴론 — 연애를 못 하는 예언의 신
아폴론은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를 꼬시려고 미래를 보는 능력을 선물로 줬다. 그런데 카산드라가 받아주지 않자 화가 나서 "네가 미래를 정확히 맞춰도 아무도 믿지 않게 만들겠다"는 저주를 걸었다. 훗날 그리스군이 거대한 목마를 두고 가자 카산드라는 "저 안에 군인들이 숨어 있다"고 정확히 경고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고 트로이는 그렇게 무너졌다. 예언의 신이면서 자기 연애의 미래는 전혀 보지 못한 셈이다.
판정: IQ 80, 다만 자기 인생에 그 지능을 적용하는 능력은 12점 수준이다.
포세이돈 — 화나면 도시를 침몰시킨다
포세이돈은 아테네의 수호신 자리를 놓고 아테나와 경쟁했다. 포세이돈은 짠물 샘을 선물했고 아테나는 올리브나무를 선물했는데, 시민들은 올리브를 택했다. 패배한 포세이돈의 반응은 협상이 아니라 거대한 해일이었다. 오디세우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아들 폴리페모스가 눈을 잃자 폭풍과 파도로 10년간 그의 귀향을 막았다. 협상이라는 선택지 자체가 그의 사전에 없다.
판정: IQ 50, 감정 조절 기능은 애초에 탑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종 성적표
제우스: 45점
헤라: 60점
아레스: 35점
아폴론: 80점
포세이돈: 50점
평균: 54점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IQ는?
인간은 수천 년 동안 신을 숭배해왔다. 그런데 막상 신화를 한 줄 한 줄 읽어보면 신들도 인간만큼이나 멍청하다. 오늘은 그리스 신화의 주요 신 다섯을 데려다 놓고, 각자의 행적을 근거로 IQ 테스트를 돌려본다.
## 제우스 — 반복해서 사고 치는 전능자
아내 헤라는 질투심이 신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심한 신인데도, 제우스는 그걸 알면서도 인간 여성에게 계속 접근한다. 패턴은 항상 같다. 매번 들키고, 매번 사고가 난다.
대표적인 게 이오 사건이다. 제우스는 강의 신의 딸 이오에게 접근했다가 헤라에게 들킬 것 같자 이오를 암소로 변신시켜 숨겼다. 그런데 헤라는 속지 않았다. "그 암소 예쁘네, 나한테 선물로 줘"라고 요구했고, 거절하면 의심을 인정하는 셈이라 제우스는 마지못해 암소를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헤라는 곧바로 눈이 백 개 달린 괴물 아르고스를 보내 암소가 된 이오를 감시시켰고, 나중에는 등에를 보내 끝없이 쫓게 만들었다. 이오는 그 등에를 피해 대륙을 가로질러 도망치다 결국 이집트까지 가서야 본모습을 되찾았다.
세멜레 사건도 비슷하다. 제우스는 인간 여성 세멜레와 사랑에 빠졌는데, 헤라가 늙은 유모로 변신해 세멜레에게 접근해 "정말 제우스라면 본모습(신의 본모습, 즉 번개와 천둥)을 보여달라고 해봐"라고 부추겼다. 세멜레가 그대로 요구하자 제우스는 약속을 어길 수 없어 본모습을 드러냈고, 세멜레는 그 자리에서 타 죽었다. 제우스는 죽어가는 세멜레의 몸에서 아직 다 자라지 못한 태아 디오니소스를 꺼내 자기 허벅지에 꿰매 넣어 키웠다.
레토 사건은 한술 더 뜬다. 레토가 제우스의 아이(아폴론과 아르테미스)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안 헤라는 "땅 위에서는 절대 출산하지 못하게 하라"고 저주를 걸고, 거대한 뱀 퓌톤을 보내 레토를 죽이려 했다. 레토는 결국 바다에 떠 있던 섬 델로스로 피신해서야 겨우 출산할 수 있었다.
매번 들키고, 매번 헤라가 보복하고, 그 결과물이 영웅이거나 신이거나 괴물이거나 셋 중 하나로 남는다. 전능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그 전능함을 가정관리에는 단 한 번도 제대로 써본 적이 없다.
판정: IQ 45, 생활 지능은 거의 측정 불가 수준이다.
## 헤라 — 분노조절장애
헤라는 남편이 바람을 피울 때마다 응징 대상으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고른다. 위에서 본 이오와 레토 사건이 대표적이고, 칼리스토 사건은 더 노골적이다.
칼리스토는 아르테미스를 따르는 님프였는데, 제우스가 아르테미스의 모습으로 변신해 접근한 뒤 임신시켰다. 칼리스토 본인은 속아서 일어난 일이었는데도, 헤라는 그녀를 곰으로 만들어버렸다. 더 끔찍한 건 그 뒤다. 칼리스토의 아들 아르카스가 사냥을 하다가 곰이 된 친모를 알아보지 못하고 활을 겨눴고, 제우스가 급히 둘 다 하늘로 올려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로 만들어서야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헤라가 직간접적으로 괴롭힌 인간과 신의 자식들 목록은 신화 한 권을 채울 정도로 길다. 본인이 가정과 혼인 서약을 수호하는 여신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응징하는 대상은 항상 약자 쪽이다. 진단(남편이 바람을 피웠다)은 정확한데 처방(피해자를 벌한다)이 매번 틀리는, 어떤 의미로는 가장 일관성 있게 틀리는 신이다.
판정: IQ 60, 분노 조절 능력은 사실상 0에 가깝다.
## 아레스 — 전쟁에서 지는 전쟁신
아레스는 전쟁의 신이다. 그런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보면 부모조차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을 정도로 평판이 나쁘다. 트로이 전쟁 중 아레스가 트로이 편을 들어 전장에 나서자, 그리스 쪽 인간 영웅 디오메데스가 아테나의 가호를 받고 창을 던졌다. 신을 인간이 직접 찌른 셈인데, 창에 배를 찔린 아레스는 무려 1만 명이 동시에 지르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전장에서 도망쳤다. 너무 처참하게 울며 후퇴하는 모습에 아버지 제우스조차 "그만 좀 짜라"며 면전에서 혼냈고, "올림포스의 신들 중 네가 제일 밉다"는 말까지 들었다. 바람둥이 제우스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아레스는 거기서 끝내지 않고 자신을 다치게 한 아테나에게 복수하러 다시 덤볐는데, 이번엔 아테나가 던진 바위에 정통으로 맞아 그대로 기절했다. 구해주러 온 아프로디테까지 아테나의 주먹에 가슴을 맞고 아레스 위로 쓰러져버렸다.
신화가 말하고 싶은 건 명확하다. 전쟁은 근력과 광기가 아니라 전략으로 이긴다는 것, 그리고 그 증명을 다른 신도 아니고 같은 전쟁신인 아테나가 두 번이나 직접 해줬다는 것이다.
판정: IQ 35, 근력은 100이지만 전술 이해도는 거의 0이다.
## 아폴론 — 연애를 못 하는 예언의 신
예언의 신이 연애를 못 하는 건 단순히 운이 나빠서가 아니다. 다프네 사건부터 보면, 에로스가 자신의 활솜씨를 무시한 아폴론에게 화가 나서 황금 화살을 쏴 그를 강의 신의 딸 다프네에게 미친 듯이 빠지게 만들었고, 동시에 다프네에게는 누가 다가오든 끔찍하게 싫어지는 화살을 쐈다. 그러니 다프네는 아폴론을 보자마자 기겁하며 도망쳤고,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어지자 아버지에게 "차라리 나를 구해달라"고 빌었다. 그 순간 다프네는 월계수로 변해버렸다. 아폴론은 그 나무조차 사랑한다며 월계수 가지로 관을 만들어 평생 머리에 썼고, 이후 월계관은 경기와 전쟁의 승자에게 주는 상징이 됐다.
더 결정적인 건 카산드라 사건이다. 아폴론은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를 꼬시려고 미래를 보는 능력을 선물로 줬다. 그런데 카산드라가 받아주지 않자 화가 나서, 줬던 능력을 도로 빼앗을 수는 없으니 대신 "네가 미래를 정확히 맞춰도 아무도 네 말을 믿지 않게 만들겠다"는 저주를 걸었다. 훗날 그리스군이 거대한 목마를 두고 떠나는 척하자 카산드라는 "저 안에 군인들이 숨어 있다. 절대 들이지 마라"고 정확히 경고했다. 하지만 저주 때문에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고, 트로이는 결국 그 목마 때문에 함락됐다.
예언의 신이면서 자기 연애의 미래는 전혀 보지 못했고, 분풀이로 건 저주가 훗날 트로이 멸망의 한 원인이 됐다.
판정: IQ 80, 다만 자기 인생에 그 지능을 적용하는 능력은 12점 수준이다.
## 포세이돈 — 자존심 하나로 도시를 침몰시키는 신
포세이돈은 아테네의 수호신 자리를 놓고 아테나와 경쟁한 적이 있다. 아크로폴리스 언덕에서 포세이돈은 삼지창으로 바닥을 찍어 짠물 샘(혹은 말)을 만들어 선물했고, 아테나는 올리브나무를 선물했다. 시민들은 실용성을 따져 올리브를 택했다. 패배한 포세이돈의 반응은 인정이나 협상이 아니라, 아티카 지역 전체를 거대한 해일로 쓸어버리는 것이었다. 결국 제우스가 직접 중재에 나서서야, 포세이돈은 아테네에서 두 번째로 숭배받는 신이라는 위로 차원의 합의를 받고 분을 가라앉혔다.
트로이와의 악연도 비슷한 구조다. 포세이돈과 아폴론은 트로이 왕 라오메돈의 부탁으로 트로이 성벽을 지어줬는데, 라오메돈이 약속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그 이후 포세이돈은 트로이 왕가뿐 아니라 트로이 전체에 앙심을 품었고, 이는 훗날 트로이 전쟁에서 그리스 편을 드는 배경이 됐다.
오디세우스에게는 한층 더 집요했다. 포세이돈의 아들인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가 오디세우스 일행에게 눈을 잃자, 포세이돈은 폭풍과 파도를 동원해 무려 10년 동안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막았다. 협상이라는 선택지 자체가 그의 사전에 없다.
판정: IQ 50, 감정 조절 기능은 애초에 탑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최종 성적표
* 제우스: 45점
* 헤라: 60점
* 아레스: 35점
* 아폴론: 80점
* 포세이돈: 50점
평균: 54점
인간은 수천 년 동안 신을 숭배해왔다. 그런데 막상 신화를 한 줄 한 줄 읽어보면 신들도 인간만큼이나 멍청하다. 오늘은 그리스 신화의 주요 신 다섯을 데려다 놓고, 각자의 행적을 근거로 IQ 테스트를 돌려본다.
## 제우스 — 반복해서 사고 치는 전능자
아내 헤라는 질투심이 신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심한 신인데도, 제우스는 그걸 알면서도 인간 여성에게 계속 접근한다. 패턴은 항상 같다. 매번 들키고, 매번 사고가 난다.
대표적인 게 이오 사건이다. 제우스는 강의 신의 딸 이오에게 접근했다가 헤라에게 들킬 것 같자 이오를 암소로 변신시켜 숨겼다. 그런데 헤라는 속지 않았다. "그 암소 예쁘네, 나한테 선물로 줘"라고 요구했고, 거절하면 의심을 인정하는 셈이라 제우스는 마지못해 암소를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헤라는 곧바로 눈이 백 개 달린 괴물 아르고스를 보내 암소가 된 이오를 감시시켰고, 나중에는 등에를 보내 끝없이 쫓게 만들었다. 이오는 그 등에를 피해 대륙을 가로질러 도망치다 결국 이집트까지 가서야 본모습을 되찾았다.
세멜레 사건도 비슷하다. 제우스는 인간 여성 세멜레와 사랑에 빠졌는데, 헤라가 늙은 유모로 변신해 세멜레에게 접근해 "정말 제우스라면 본모습(신의 본모습, 즉 번개와 천둥)을 보여달라고 해봐"라고 부추겼다. 세멜레가 그대로 요구하자 제우스는 약속을 어길 수 없어 본모습을 드러냈고, 세멜레는 그 자리에서 타 죽었다. 제우스는 죽어가는 세멜레의 몸에서 아직 다 자라지 못한 태아 디오니소스를 꺼내 자기 허벅지에 꿰매 넣어 키웠다.
레토 사건은 한술 더 뜬다. 레토가 제우스의 아이(아폴론과 아르테미스)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안 헤라는 "땅 위에서는 절대 출산하지 못하게 하라"고 저주를 걸고, 거대한 뱀 퓌톤을 보내 레토를 죽이려 했다. 레토는 결국 바다에 떠 있던 섬 델로스로 피신해서야 겨우 출산할 수 있었다.
매번 들키고, 매번 헤라가 보복하고, 그 결과물이 영웅이거나 신이거나 괴물이거나 셋 중 하나로 남는다. 전능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그 전능함을 가정관리에는 단 한 번도 제대로 써본 적이 없다.
판정: IQ 45, 생활 지능은 거의 측정 불가 수준이다.
## 헤라 — 분노조절장애
헤라는 남편이 바람을 피울 때마다 응징 대상으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고른다. 위에서 본 이오와 레토 사건이 대표적이고, 칼리스토 사건은 더 노골적이다.
칼리스토는 아르테미스를 따르는 님프였는데, 제우스가 아르테미스의 모습으로 변신해 접근한 뒤 임신시켰다. 칼리스토 본인은 속아서 일어난 일이었는데도, 헤라는 그녀를 곰으로 만들어버렸다. 더 끔찍한 건 그 뒤다. 칼리스토의 아들 아르카스가 사냥을 하다가 곰이 된 친모를 알아보지 못하고 활을 겨눴고, 제우스가 급히 둘 다 하늘로 올려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로 만들어서야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헤라가 직간접적으로 괴롭힌 인간과 신의 자식들 목록은 신화 한 권을 채울 정도로 길다. 본인이 가정과 혼인 서약을 수호하는 여신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응징하는 대상은 항상 약자 쪽이다. 진단(남편이 바람을 피웠다)은 정확한데 처방(피해자를 벌한다)이 매번 틀리는, 어떤 의미로는 가장 일관성 있게 틀리는 신이다.
판정: IQ 60, 분노 조절 능력은 사실상 0에 가깝다.
## 아레스 — 전쟁에서 지는 전쟁신
아레스는 전쟁의 신이다. 그런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보면 부모조차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을 정도로 평판이 나쁘다. 트로이 전쟁 중 아레스가 트로이 편을 들어 전장에 나서자, 그리스 쪽 인간 영웅 디오메데스가 아테나의 가호를 받고 창을 던졌다. 신을 인간이 직접 찌른 셈인데, 창에 배를 찔린 아레스는 무려 1만 명이 동시에 지르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전장에서 도망쳤다. 너무 처참하게 울며 후퇴하는 모습에 아버지 제우스조차 "그만 좀 짜라"며 면전에서 혼냈고, "올림포스의 신들 중 네가 제일 밉다"는 말까지 들었다. 바람둥이 제우스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아레스는 거기서 끝내지 않고 자신을 다치게 한 아테나에게 복수하러 다시 덤볐는데, 이번엔 아테나가 던진 바위에 정통으로 맞아 그대로 기절했다. 구해주러 온 아프로디테까지 아테나의 주먹에 가슴을 맞고 아레스 위로 쓰러져버렸다.
신화가 말하고 싶은 건 명확하다. 전쟁은 근력과 광기가 아니라 전략으로 이긴다는 것, 그리고 그 증명을 다른 신도 아니고 같은 전쟁신인 아테나가 두 번이나 직접 해줬다는 것이다.
판정: IQ 35, 근력은 100이지만 전술 이해도는 거의 0이다.
## 아폴론 — 연애를 못 하는 예언의 신
예언의 신이 연애를 못 하는 건 단순히 운이 나빠서가 아니다. 다프네 사건부터 보면, 에로스가 자신의 활솜씨를 무시한 아폴론에게 화가 나서 황금 화살을 쏴 그를 강의 신의 딸 다프네에게 미친 듯이 빠지게 만들었고, 동시에 다프네에게는 누가 다가오든 끔찍하게 싫어지는 화살을 쐈다. 그러니 다프네는 아폴론을 보자마자 기겁하며 도망쳤고,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어지자 아버지에게 "차라리 나를 구해달라"고 빌었다. 그 순간 다프네는 월계수로 변해버렸다. 아폴론은 그 나무조차 사랑한다며 월계수 가지로 관을 만들어 평생 머리에 썼고, 이후 월계관은 경기와 전쟁의 승자에게 주는 상징이 됐다.
더 결정적인 건 카산드라 사건이다. 아폴론은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를 꼬시려고 미래를 보는 능력을 선물로 줬다. 그런데 카산드라가 받아주지 않자 화가 나서, 줬던 능력을 도로 빼앗을 수는 없으니 대신 "네가 미래를 정확히 맞춰도 아무도 네 말을 믿지 않게 만들겠다"는 저주를 걸었다. 훗날 그리스군이 거대한 목마를 두고 떠나는 척하자 카산드라는 "저 안에 군인들이 숨어 있다. 절대 들이지 마라"고 정확히 경고했다. 하지만 저주 때문에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고, 트로이는 결국 그 목마 때문에 함락됐다.
예언의 신이면서 자기 연애의 미래는 전혀 보지 못했고, 분풀이로 건 저주가 훗날 트로이 멸망의 한 원인이 됐다.
판정: IQ 80, 다만 자기 인생에 그 지능을 적용하는 능력은 12점 수준이다.
## 포세이돈 — 자존심 하나로 도시를 침몰시키는 신
포세이돈은 아테네의 수호신 자리를 놓고 아테나와 경쟁한 적이 있다. 아크로폴리스 언덕에서 포세이돈은 삼지창으로 바닥을 찍어 짠물 샘(혹은 말)을 만들어 선물했고, 아테나는 올리브나무를 선물했다. 시민들은 실용성을 따져 올리브를 택했다. 패배한 포세이돈의 반응은 인정이나 협상이 아니라, 아티카 지역 전체를 거대한 해일로 쓸어버리는 것이었다. 결국 제우스가 직접 중재에 나서서야, 포세이돈은 아테네에서 두 번째로 숭배받는 신이라는 위로 차원의 합의를 받고 분을 가라앉혔다.
트로이와의 악연도 비슷한 구조다. 포세이돈과 아폴론은 트로이 왕 라오메돈의 부탁으로 트로이 성벽을 지어줬는데, 라오메돈이 약속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그 이후 포세이돈은 트로이 왕가뿐 아니라 트로이 전체에 앙심을 품었고, 이는 훗날 트로이 전쟁에서 그리스 편을 드는 배경이 됐다.
오디세우스에게는 한층 더 집요했다. 포세이돈의 아들인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가 오디세우스 일행에게 눈을 잃자, 포세이돈은 폭풍과 파도를 동원해 무려 10년 동안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막았다. 협상이라는 선택지 자체가 그의 사전에 없다.
판정: IQ 50, 감정 조절 기능은 애초에 탑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최종 성적표
* 제우스: 45점
* 헤라: 60점
* 아레스: 35점
* 아폴론: 80점
* 포세이돈: 50점
평균: 54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