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은 '기본소득' 성공, 여수는 '돈낭비'
AI가 일자리를 지우고 있다. 사무직, 상담원, 번역가, 디자이너까지. 그래서 기본소득 이야기가 다시 나온다.
그런데 재원만 나오면 늘 같은 답이다. 부동산에서 더 짜내고, 과태료와 벌금으로 더 짜내자?
미친 짓이다. 시민 주머니를 털어 시민에게 돌려주는 건 복지가 아니다.
기본소득은 시민이 아니라 돈 버는 공공자산에서 나와야 한다.
첫째, 전남 신안이 기본소득에 성공했다.
전남 신안은 태양광·풍력 수익을 '햇빛연금'으로 나눈다. 주민 1인당 연 40만~272만 원, 누적 수익은 300억 원을 넘었다.
그러자 사람이 왔다. 매년 1000명씩 줄던 인구가 2022년부터 늘어 5년 새 4349명이 증가했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스코틀랜드 기가섬은 주민 소유 풍력 수익으로 집을 고쳤고, 인구가 110명에서 163명으로 늘었다.
덴마크 삼쇠섬은 해상풍력 절반을 지자체가 직접 소유한다.
독일 펠트하임 주민은 독일 평균 절반 이하 요금으로 전기를 쓴다.
알래스카는 석유 기금으로 1982년부터 매년 주민에게 배당을 준다.
노르웨이 석유 기금은 국민 1인당 약 380만 크로네다.
시민을 쥐어짜지 않았다. 자산이 돈을 벌었고, 그 돈을 나눴다.
둘째, 돈을 날려버린 '여수'
여수세계섬박람회 예산은 직접사업비 703억원, 연계사업까지 1,839억원이다.
같은 돈이면 태양광 약 170MW를 지을 수 있다. 신안 안좌면 발전소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매년 200억원대 기본소득 재원이 나온다.
박람회는 몇 달이면 끝난다. 발전소는 20년 동안 돈을 번다.
여수만이 아니다. 전국에서 해마다 축제가 열리고 조형물이 서고 용역이 발주된다. 테이프 끊고 사진 찍으면 끝이다.
그 돈이 전부 기본소득이 될 수 있었다.
셋째, 법으로 못 박아야 한다
행사는 임기 안에 사진이 남고, 발전소 배당은 다음 임기에 쌓인다. 그러니 선의에 맡기면 안 한다.
법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모든 지자체가 매년 예산 일정 비율을 시민 공동소유 수익사업에 투자하고, 수익은 현금 배당과 무료 버스, 무료 식사로 돌려주도록.
신안은 이미 조례로 주민 이익공유를 의무화했다. 대통령도 신안 사례를 꺼내며 전국 확산을 이야기했다.
결론적으로 기본소득은 가능하다. 그동안 세금이 20배나 넘게 올랐는데 제대로만 쓰면 가능하다.
출처에는 해외의 기본소득 성공 사례를 모았다.
그런데 재원만 나오면 늘 같은 답이다. 부동산에서 더 짜내고, 과태료와 벌금으로 더 짜내자?
미친 짓이다. 시민 주머니를 털어 시민에게 돌려주는 건 복지가 아니다.
기본소득은 시민이 아니라 돈 버는 공공자산에서 나와야 한다.
첫째, 전남 신안이 기본소득에 성공했다.
전남 신안은 태양광·풍력 수익을 '햇빛연금'으로 나눈다. 주민 1인당 연 40만~272만 원, 누적 수익은 300억 원을 넘었다.
그러자 사람이 왔다. 매년 1000명씩 줄던 인구가 2022년부터 늘어 5년 새 4349명이 증가했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스코틀랜드 기가섬은 주민 소유 풍력 수익으로 집을 고쳤고, 인구가 110명에서 163명으로 늘었다.
덴마크 삼쇠섬은 해상풍력 절반을 지자체가 직접 소유한다.
독일 펠트하임 주민은 독일 평균 절반 이하 요금으로 전기를 쓴다.
알래스카는 석유 기금으로 1982년부터 매년 주민에게 배당을 준다.
노르웨이 석유 기금은 국민 1인당 약 380만 크로네다.
시민을 쥐어짜지 않았다. 자산이 돈을 벌었고, 그 돈을 나눴다.
둘째, 돈을 날려버린 '여수'
여수세계섬박람회 예산은 직접사업비 703억원, 연계사업까지 1,839억원이다.
같은 돈이면 태양광 약 170MW를 지을 수 있다. 신안 안좌면 발전소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매년 200억원대 기본소득 재원이 나온다.
박람회는 몇 달이면 끝난다. 발전소는 20년 동안 돈을 번다.
여수만이 아니다. 전국에서 해마다 축제가 열리고 조형물이 서고 용역이 발주된다. 테이프 끊고 사진 찍으면 끝이다.
그 돈이 전부 기본소득이 될 수 있었다.
셋째, 법으로 못 박아야 한다
행사는 임기 안에 사진이 남고, 발전소 배당은 다음 임기에 쌓인다. 그러니 선의에 맡기면 안 한다.
법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모든 지자체가 매년 예산 일정 비율을 시민 공동소유 수익사업에 투자하고, 수익은 현금 배당과 무료 버스, 무료 식사로 돌려주도록.
신안은 이미 조례로 주민 이익공유를 의무화했다. 대통령도 신안 사례를 꺼내며 전국 확산을 이야기했다.
결론적으로 기본소득은 가능하다. 그동안 세금이 20배나 넘게 올랐는데 제대로만 쓰면 가능하다.
출처에는 해외의 기본소득 성공 사례를 모았다.
해외 기본소득 성공사례: 자산이 시민에게 돈을 벌어준다
기본소득이라고 하면 흔히 세금을 걷어 나눠주는 그림을 떠올린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미 시민에게 돈을 돌려주고 있는 곳들이 있다. 공공이나 주민이 함께 소유한 자산이 돈을 벌고, 그 수익을 시민에게 나누는 방식이다. 작은 섬마을부터 국가 전체까지, 규모는 달라도 원리는 같다.
1. 미국 알래스카 — 40년 넘게 이어진 원조 기본소득
알래스카 영구기금은 헌법에 근거해 만들어진 공적 기금으로, 주정부 소유 공사가 운영한다. 출발점은 석유였다. 석유 수입 가운데 일정 몫을 따로 떼어, 지금 세대와 미래 세대가 함께 누리도록 한다는 것이 기금의 취지다.
제도의 역사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6년 헌법 개정으로 석유 수입을 적립하는 기금이 생겼고, 주민 배당은 1982년에 시작됐다. 그 사이 기금은 800억 달러가 넘는 규모로 불어났다.
배당 방식은 간단하다. 한 해를 꼬박 알래스카에 살았고 앞으로도 계속 살 뜻이 있는 주민이면 받는다. 기금이 매년 거둔 수익은 물가 상승분 보전, 운영비, 그리고 주민 배당으로 나뉜다. 금액은 기금의 최근 5년 평균 성과를 바탕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해마다 달라진다.
올해 배당액은 1,000달러이고, 여기에 200달러의 에너지 지원금이 더해져 60만 명 가까운 주민이 10월부터 받는다. 2022년에는 에너지 지원금까지 합쳐 3,284달러가 지급됐다. 1982년부터 배당을 빠짐없이 받은 사람이라면 2022년까지 누적액이 4만7,049달러에 이른다.
알래스카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주 소득세도, 주 판매세도 없는 곳이다. 주민을 쥐어짜기는커녕 오히려 주민에게 돈을 주는 주다.
다만 알래스카는 교훈도 남긴다. 원래 법에 정해진 공식대로라면 올해 배당은 3,800달러가 넘었어야 했다. 그러나 예산을 둘러싼 정치 공방 끝에 의회가 금액을 대폭 줄였다. 지금은 공식이 아니라 정치인들이 금액을 정하는 구조가 됐다. 기금이 있어도 원칙이 법으로 단단히 묶여 있지 않으면 정치에 흔들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2. 노르웨이 — 국가 전체가 하나의 시민 통장
노르웨이 정부연기금은 1990년 '석유기금'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석유 수입을 장기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매년 석유 활동에서 나온 정부 순수입이 이 기금으로 들어갔다.
규모는 상상을 넘는다. 2025년 말 기금 가치는 약 21조3천억 크로네로, 노르웨이 국민 한 사람당 약 380만 크로네에 해당한다. 올해 6월 말에는 22조6,830억 크로네, 약 2조3,400억 달러까지 불었다.
이 기금이 이렇게 커진 비결은 쓰지 않고 굴렸다는 데 있다. 1998년 이후 연평균 수익률은 6.86%이고, 지금 기금 가치의 절반 이상이 투자 수익에서 나왔다. 기금은 국내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전액 해외에만 투자한다.
노르웨이는 알래스카처럼 현금을 직접 나눠주지는 않는다. 대신 기금 수익으로 연금과 공공 재정을 떠받친다. 기금의 목적 자체가 늘어나는 공적 연금 지출을 감당하고, 석유 수입을 지금 세대와 미래 세대가 공평하게 누리도록 하는 데 있다.
석유가 바닥나도 노르웨이 국민에게는 수익을 내는 자산이 남는다. 한 번 쓰고 사라지는 돈과 계속 돈을 버는 자산의 차이를 국가 규모로 보여주는 사례다.
3. 영국 셰틀랜드 제도 — 보상금을 쓰지 않고 굴린 섬
스코틀랜드 북쪽 끝 셰틀랜드 제도는 1970년대 북해 유전 개발의 한가운데 있었다. 섬에 설러 보 석유터미널이 들어서면서 석유업계가 보상금을 냈다.
셰틀랜드는 이 돈을 한 번에 쓰지 않았다. 1976년 자선신탁을 만들어 보상금을 담았다. 출발 당시 신탁 자금은 200만 파운드 정도였고, 초기에는 석유 대금이 분기마다 보태졌다. 돈은 전문 운용사를 통해 주식시장 등에 투자됐다.
시간이 지나 보상금은 총 8,200만 파운드 정도가 들어왔고, 이 돈을 굴린 것이 지금 신탁의 바탕이 됐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신탁의 외부 투자자산은 4억3,740만 파운드에 이른다.
그 수익이 섬을 바꿨다. 신탁은 지금까지 약 3억4천만 파운드를 지역에 썼다. 섬 곳곳의 여가센터, 농촌 요양원, 셰틀랜드 박물관과 기록관, 공연장 겸 영화관 모두 이 돈으로 지어졌다. 2022년에는 한 해에만 1,640만 파운드를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썼다.
현금 배당은 아니지만, 요양·체육·문화 서비스를 시민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 돈 덕분에 셰틀랜드는 스코틀랜드의 다른 지자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공공서비스를 누려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4. 스코틀랜드 기가섬 — 주민 110명이 섬을 사고 바람을 팔았다
기가섬은 스코틀랜드 서해안의 작은 섬이다. 2001년 섬 전체가 매물로 나오자, 주민들은 지역 정치인들의 격려를 받아 섬을 통째로 사들이기로 했다. 지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보조금과 대출을 모아 2002년 3월 15일 섬을 샀다. 주민들은 지금도 이날을 '기가의 날'로 기념한다.
빚을 갚고 낡은 집을 고치려면 돈이 필요했다. 주민들이 찾은 답은 바람이었다. 2005년 합계 675kW 규모의 풍력터빈 세 기를 세웠다. 스코틀랜드 최초의 주민 소유 계통연계 풍력단지였다. 터빈에는 게일어로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섬사람들은 이 터빈들을 '춤추는 숙녀들'이라고 부른다.
비용을 아끼려고 새 터빈 대신 잉글랜드 컴브리아의 풍력단지에서 쓰던 중고 터빈을 사와 섬 남쪽 언덕에 세웠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터빈은 섬 전력 수요의 약 3분의 2를 만들었고 연 7만5천 파운드의 수익을 냈다. 이후 순수익은 연 10만 파운드 수준이 됐다. 이 돈으로 신탁 소유 주택 42채를 고쳤는데, 섬을 샀을 당시 그중 75%가 거주 가능 기준에도 못 미치는 상태였다. 지금은 주민 소유 주택이 모두 영국 기준에 맞게 개선됐다.
2019년에는 재정이 안정되자 수익을 주민에게 직접 돌려주는 공동체 기금까지 만들었다. 이후 330kW 규모의 네 번째 터빈도 세웠다.
그리고 사람이 늘었다. 2002년 110명이던 인구는 163명이 됐다.
재미있는 점은 주민 반대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 등에서 풍력단지가 거센 반대에 부딪히는 것과 달리, 기가섬 터빈은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주민이 직접 주인이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주민 소유 풍력은 민간 소유 풍력단지보다 지역 주민에게 34배 많은 경제적 이익을 준다.
5. 덴마크 삼쇠섬 — 지자체가 발전소 주인이 된 섬
삼쇠섬은 덴마크 카테가트 해협에 있는 인구 4천 명 남짓의 섬이다. 1997년 덴마크 정부가 '재생에너지 섬' 공모를 열었을 때, 10년 안에 섬 전체를 재생에너지로 바꾸겠다는 계획으로 선정됐다.
출발은 순탄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터빈 소음과 경관 훼손을 걱정했다. 도축장이 문을 닫아 주민 100명이 일자리를 잃고, 새로운 경제 기회가 필요해진 뒤에야 계약에 서명하는 주민이 늘었다.
해법은 주민을 주인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협동조합을 만들거나 터빈마다 지분을 팔았다. 섬 홈페이지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풍차는 내가 공동 주인이고 바람 불 때 돈을 벌 때 훨씬 예뻐 보인다.
지금 소유 구조는 이렇다. 육상 터빈 11기 중 9기는 지역 농민이, 2기는 지역 협동조합이 가지고 있다. 앞바다 터빈 10기 중 5기는 삼쇠 지자체 소유, 3기는 민간, 2기는 소액주주가 모인 협동조합 소유다. 육상 터빈의 약 90%를 주민 450명이 나눠 가지고 있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삼쇠는 세계 최초로 100% 재생에너지로 움직이는 섬이 됐다. 투자액은 약 5,700만 유로였다. 앞바다 터빈이 만든 남는 전기는 본토로 수출된다.
투자자에게도 남는 장사다. 터빈 지분을 산 주민은 대체로 8년 안에 원금을 회수하고, 그 뒤로는 해마다 수익을 받는다. 재생에너지 사업은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평균 30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었다. 에너지 수익은 섬 안에서 돌며 주민 에너지 비용을 낮췄고, 관광·연구·교육 기회도 생겼다.
그리고 젊은 가족과 전문직 종사자들이 새로 섬으로 들어왔다.
섬 에너지아카데미 관계자의 말이 삼쇠의 성공을 요약한다. 터빈을 일부라도 소유하면 소리도 더 좋게 들리고 모습도 더 좋아 보인다는 것이다.
6. 독일 펠트하임 — 에너지 걱정 없는 130명의 마을
펠트하임은 베를린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인구 130명의 작은 마을이다. 1990년대 중반, 마을에 전기를 공급하려고 풍력터빈 몇 기를 세운 실험이 시작이었다.
돼지를 따뜻하게 하려고 만든 바이오가스 설비는 규모가 커지면서 농민 협동조합의 추가 수입원이 됐고, 마을 전체에 온수 난방을 공급한다.
대형 전력회사들이 협조를 거부하자 주민들은 직접 마을 전력망을 깔았다. 2010년 처음으로 주민들이 자기 전력망에 연결됐다. 한 주민은 전력·난방망 연결비 3,000유로를 기꺼이 냈다고 한다.
지금 마을 주변에는 풍력터빈 55기가 서 있고, 옛 군사기지 부지에 태양광 단지도 있다. 마을이 쓰는 것보다 약 250배 많은 전기를 만들어 수출한다. 전력 안정을 위해 10MW 규모의 대형 배터리 저장시설도 갖췄다.
주민 혜택은 요금으로 돌아온다. 주민들은 kWh당 세전 평균 12센트를 내는데, 독일 다른 지역에서 보통 내는 요금의 절반도 안 된다. 유럽 전역이 러시아 가스 사태와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요금 폭등을 겪을 때도 펠트하임 주민들은 걱정이 없었다. 마을에 실업자가 없다는 보도도 나왔다.
거대한 풍력단지에는 외부 운영사도 많지만, 주민 상당수가 합자회사 형태의 '시민 풍력터빈'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 마을을 보러 해마다 3,500명 넘는 방문객이 온다.
지자체장은 주민이 사업에 참여하고 이익을 나누게 한 것이 성공의 열쇠였다고 말한다.
7. 독일 북프리슬란트 — 마을 하나가 아니라 지역 전체
펠트하임이 마을 단위라면, 북프리슬란트는 지역 전체다. 독일 북부 이 지역에는 60개가 넘는 풍력단지, 약 700MW 규모가 있는데 그중 90%가 주민 소유다.
주민 소유가 몇몇 섬마을만의 특이한 실험이 아니라, 한 지역의 에너지 산업 전체를 떠받치는 구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8. 룩셈부르크 — 나라 전체 대중교통이 공짜
현금을 나눠주는 것만이 기본소득은 아니다. 생활비를 없애주는 것도 같은 효과를 낸다.
룩셈부르크는 2020년 3월 1일부터 버스, 기차, 트램 등 전국 대중교통을 모두 무료로 만들었다. 세계 최초다. 주민뿐 아니라 국경을 넘어 출퇴근하는 사람과 관광객도 공짜로 탄다. 돈을 내는 건 기차 1등석뿐이다.
사실 무료화 전에도 룩셈부르크 대중교통은 운영비의 90~94%를 정부가 보조하고 있었다. 표값이 원래 비용의 일부만 감당했으니, 아예 없애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었던 셈이다.
비슷한 흐름은 다른 나라에도 있다. 몰타는 2022년 10월부터 주민 대중교통을 무료로 했고, 에스토니아 탈린은 2013년부터 등록 주민에게 무료다. 브라질에서는 100개 넘는 도시가 무료 대중교통을 운영한다.
다만 룩셈부르크는 공공자산 수익이 아니라 일반 세금으로 비용을 댄다는 점에서 앞의 사례들과 다르다. 무료 버스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은 증명했지만, 그 재원을 자산 수익에서 마련한다면 훨씬 지속 가능해질 것이다.
기본소득이라고 하면 흔히 세금을 걷어 나눠주는 그림을 떠올린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미 시민에게 돈을 돌려주고 있는 곳들이 있다. 공공이나 주민이 함께 소유한 자산이 돈을 벌고, 그 수익을 시민에게 나누는 방식이다. 작은 섬마을부터 국가 전체까지, 규모는 달라도 원리는 같다.
1. 미국 알래스카 — 40년 넘게 이어진 원조 기본소득
알래스카 영구기금은 헌법에 근거해 만들어진 공적 기금으로, 주정부 소유 공사가 운영한다. 출발점은 석유였다. 석유 수입 가운데 일정 몫을 따로 떼어, 지금 세대와 미래 세대가 함께 누리도록 한다는 것이 기금의 취지다.
제도의 역사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6년 헌법 개정으로 석유 수입을 적립하는 기금이 생겼고, 주민 배당은 1982년에 시작됐다. 그 사이 기금은 800억 달러가 넘는 규모로 불어났다.
배당 방식은 간단하다. 한 해를 꼬박 알래스카에 살았고 앞으로도 계속 살 뜻이 있는 주민이면 받는다. 기금이 매년 거둔 수익은 물가 상승분 보전, 운영비, 그리고 주민 배당으로 나뉜다. 금액은 기금의 최근 5년 평균 성과를 바탕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해마다 달라진다.
올해 배당액은 1,000달러이고, 여기에 200달러의 에너지 지원금이 더해져 60만 명 가까운 주민이 10월부터 받는다. 2022년에는 에너지 지원금까지 합쳐 3,284달러가 지급됐다. 1982년부터 배당을 빠짐없이 받은 사람이라면 2022년까지 누적액이 4만7,049달러에 이른다.
알래스카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주 소득세도, 주 판매세도 없는 곳이다. 주민을 쥐어짜기는커녕 오히려 주민에게 돈을 주는 주다.
다만 알래스카는 교훈도 남긴다. 원래 법에 정해진 공식대로라면 올해 배당은 3,800달러가 넘었어야 했다. 그러나 예산을 둘러싼 정치 공방 끝에 의회가 금액을 대폭 줄였다. 지금은 공식이 아니라 정치인들이 금액을 정하는 구조가 됐다. 기금이 있어도 원칙이 법으로 단단히 묶여 있지 않으면 정치에 흔들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2. 노르웨이 — 국가 전체가 하나의 시민 통장
노르웨이 정부연기금은 1990년 '석유기금'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석유 수입을 장기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매년 석유 활동에서 나온 정부 순수입이 이 기금으로 들어갔다.
규모는 상상을 넘는다. 2025년 말 기금 가치는 약 21조3천억 크로네로, 노르웨이 국민 한 사람당 약 380만 크로네에 해당한다. 올해 6월 말에는 22조6,830억 크로네, 약 2조3,400억 달러까지 불었다.
이 기금이 이렇게 커진 비결은 쓰지 않고 굴렸다는 데 있다. 1998년 이후 연평균 수익률은 6.86%이고, 지금 기금 가치의 절반 이상이 투자 수익에서 나왔다. 기금은 국내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전액 해외에만 투자한다.
노르웨이는 알래스카처럼 현금을 직접 나눠주지는 않는다. 대신 기금 수익으로 연금과 공공 재정을 떠받친다. 기금의 목적 자체가 늘어나는 공적 연금 지출을 감당하고, 석유 수입을 지금 세대와 미래 세대가 공평하게 누리도록 하는 데 있다.
석유가 바닥나도 노르웨이 국민에게는 수익을 내는 자산이 남는다. 한 번 쓰고 사라지는 돈과 계속 돈을 버는 자산의 차이를 국가 규모로 보여주는 사례다.
3. 영국 셰틀랜드 제도 — 보상금을 쓰지 않고 굴린 섬
스코틀랜드 북쪽 끝 셰틀랜드 제도는 1970년대 북해 유전 개발의 한가운데 있었다. 섬에 설러 보 석유터미널이 들어서면서 석유업계가 보상금을 냈다.
셰틀랜드는 이 돈을 한 번에 쓰지 않았다. 1976년 자선신탁을 만들어 보상금을 담았다. 출발 당시 신탁 자금은 200만 파운드 정도였고, 초기에는 석유 대금이 분기마다 보태졌다. 돈은 전문 운용사를 통해 주식시장 등에 투자됐다.
시간이 지나 보상금은 총 8,200만 파운드 정도가 들어왔고, 이 돈을 굴린 것이 지금 신탁의 바탕이 됐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신탁의 외부 투자자산은 4억3,740만 파운드에 이른다.
그 수익이 섬을 바꿨다. 신탁은 지금까지 약 3억4천만 파운드를 지역에 썼다. 섬 곳곳의 여가센터, 농촌 요양원, 셰틀랜드 박물관과 기록관, 공연장 겸 영화관 모두 이 돈으로 지어졌다. 2022년에는 한 해에만 1,640만 파운드를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썼다.
현금 배당은 아니지만, 요양·체육·문화 서비스를 시민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 돈 덕분에 셰틀랜드는 스코틀랜드의 다른 지자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공공서비스를 누려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4. 스코틀랜드 기가섬 — 주민 110명이 섬을 사고 바람을 팔았다
기가섬은 스코틀랜드 서해안의 작은 섬이다. 2001년 섬 전체가 매물로 나오자, 주민들은 지역 정치인들의 격려를 받아 섬을 통째로 사들이기로 했다. 지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보조금과 대출을 모아 2002년 3월 15일 섬을 샀다. 주민들은 지금도 이날을 '기가의 날'로 기념한다.
빚을 갚고 낡은 집을 고치려면 돈이 필요했다. 주민들이 찾은 답은 바람이었다. 2005년 합계 675kW 규모의 풍력터빈 세 기를 세웠다. 스코틀랜드 최초의 주민 소유 계통연계 풍력단지였다. 터빈에는 게일어로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섬사람들은 이 터빈들을 '춤추는 숙녀들'이라고 부른다.
비용을 아끼려고 새 터빈 대신 잉글랜드 컴브리아의 풍력단지에서 쓰던 중고 터빈을 사와 섬 남쪽 언덕에 세웠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터빈은 섬 전력 수요의 약 3분의 2를 만들었고 연 7만5천 파운드의 수익을 냈다. 이후 순수익은 연 10만 파운드 수준이 됐다. 이 돈으로 신탁 소유 주택 42채를 고쳤는데, 섬을 샀을 당시 그중 75%가 거주 가능 기준에도 못 미치는 상태였다. 지금은 주민 소유 주택이 모두 영국 기준에 맞게 개선됐다.
2019년에는 재정이 안정되자 수익을 주민에게 직접 돌려주는 공동체 기금까지 만들었다. 이후 330kW 규모의 네 번째 터빈도 세웠다.
그리고 사람이 늘었다. 2002년 110명이던 인구는 163명이 됐다.
재미있는 점은 주민 반대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 등에서 풍력단지가 거센 반대에 부딪히는 것과 달리, 기가섬 터빈은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주민이 직접 주인이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주민 소유 풍력은 민간 소유 풍력단지보다 지역 주민에게 34배 많은 경제적 이익을 준다.
5. 덴마크 삼쇠섬 — 지자체가 발전소 주인이 된 섬
삼쇠섬은 덴마크 카테가트 해협에 있는 인구 4천 명 남짓의 섬이다. 1997년 덴마크 정부가 '재생에너지 섬' 공모를 열었을 때, 10년 안에 섬 전체를 재생에너지로 바꾸겠다는 계획으로 선정됐다.
출발은 순탄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터빈 소음과 경관 훼손을 걱정했다. 도축장이 문을 닫아 주민 100명이 일자리를 잃고, 새로운 경제 기회가 필요해진 뒤에야 계약에 서명하는 주민이 늘었다.
해법은 주민을 주인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협동조합을 만들거나 터빈마다 지분을 팔았다. 섬 홈페이지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풍차는 내가 공동 주인이고 바람 불 때 돈을 벌 때 훨씬 예뻐 보인다.
지금 소유 구조는 이렇다. 육상 터빈 11기 중 9기는 지역 농민이, 2기는 지역 협동조합이 가지고 있다. 앞바다 터빈 10기 중 5기는 삼쇠 지자체 소유, 3기는 민간, 2기는 소액주주가 모인 협동조합 소유다. 육상 터빈의 약 90%를 주민 450명이 나눠 가지고 있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삼쇠는 세계 최초로 100% 재생에너지로 움직이는 섬이 됐다. 투자액은 약 5,700만 유로였다. 앞바다 터빈이 만든 남는 전기는 본토로 수출된다.
투자자에게도 남는 장사다. 터빈 지분을 산 주민은 대체로 8년 안에 원금을 회수하고, 그 뒤로는 해마다 수익을 받는다. 재생에너지 사업은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평균 30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었다. 에너지 수익은 섬 안에서 돌며 주민 에너지 비용을 낮췄고, 관광·연구·교육 기회도 생겼다.
그리고 젊은 가족과 전문직 종사자들이 새로 섬으로 들어왔다.
섬 에너지아카데미 관계자의 말이 삼쇠의 성공을 요약한다. 터빈을 일부라도 소유하면 소리도 더 좋게 들리고 모습도 더 좋아 보인다는 것이다.
6. 독일 펠트하임 — 에너지 걱정 없는 130명의 마을
펠트하임은 베를린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인구 130명의 작은 마을이다. 1990년대 중반, 마을에 전기를 공급하려고 풍력터빈 몇 기를 세운 실험이 시작이었다.
돼지를 따뜻하게 하려고 만든 바이오가스 설비는 규모가 커지면서 농민 협동조합의 추가 수입원이 됐고, 마을 전체에 온수 난방을 공급한다.
대형 전력회사들이 협조를 거부하자 주민들은 직접 마을 전력망을 깔았다. 2010년 처음으로 주민들이 자기 전력망에 연결됐다. 한 주민은 전력·난방망 연결비 3,000유로를 기꺼이 냈다고 한다.
지금 마을 주변에는 풍력터빈 55기가 서 있고, 옛 군사기지 부지에 태양광 단지도 있다. 마을이 쓰는 것보다 약 250배 많은 전기를 만들어 수출한다. 전력 안정을 위해 10MW 규모의 대형 배터리 저장시설도 갖췄다.
주민 혜택은 요금으로 돌아온다. 주민들은 kWh당 세전 평균 12센트를 내는데, 독일 다른 지역에서 보통 내는 요금의 절반도 안 된다. 유럽 전역이 러시아 가스 사태와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요금 폭등을 겪을 때도 펠트하임 주민들은 걱정이 없었다. 마을에 실업자가 없다는 보도도 나왔다.
거대한 풍력단지에는 외부 운영사도 많지만, 주민 상당수가 합자회사 형태의 '시민 풍력터빈'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 마을을 보러 해마다 3,500명 넘는 방문객이 온다.
지자체장은 주민이 사업에 참여하고 이익을 나누게 한 것이 성공의 열쇠였다고 말한다.
7. 독일 북프리슬란트 — 마을 하나가 아니라 지역 전체
펠트하임이 마을 단위라면, 북프리슬란트는 지역 전체다. 독일 북부 이 지역에는 60개가 넘는 풍력단지, 약 700MW 규모가 있는데 그중 90%가 주민 소유다.
주민 소유가 몇몇 섬마을만의 특이한 실험이 아니라, 한 지역의 에너지 산업 전체를 떠받치는 구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8. 룩셈부르크 — 나라 전체 대중교통이 공짜
현금을 나눠주는 것만이 기본소득은 아니다. 생활비를 없애주는 것도 같은 효과를 낸다.
룩셈부르크는 2020년 3월 1일부터 버스, 기차, 트램 등 전국 대중교통을 모두 무료로 만들었다. 세계 최초다. 주민뿐 아니라 국경을 넘어 출퇴근하는 사람과 관광객도 공짜로 탄다. 돈을 내는 건 기차 1등석뿐이다.
사실 무료화 전에도 룩셈부르크 대중교통은 운영비의 90~94%를 정부가 보조하고 있었다. 표값이 원래 비용의 일부만 감당했으니, 아예 없애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었던 셈이다.
비슷한 흐름은 다른 나라에도 있다. 몰타는 2022년 10월부터 주민 대중교통을 무료로 했고, 에스토니아 탈린은 2013년부터 등록 주민에게 무료다. 브라질에서는 100개 넘는 도시가 무료 대중교통을 운영한다.
다만 룩셈부르크는 공공자산 수익이 아니라 일반 세금으로 비용을 댄다는 점에서 앞의 사례들과 다르다. 무료 버스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은 증명했지만, 그 재원을 자산 수익에서 마련한다면 훨씬 지속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