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것만 교과서에? 80년전 교육제도
학생들은 현명하다. 취업과 창업에 필요한 것들을 일찍부터 배우고 싶어 한다. 그런데 학교는 그런 학생들을 앉혀 놓고, 정작 실생활에 필요한 내용은 부족하게, 활용도가 낮은 내용에는 많은 시간을 배정한다. 그래서 정작 필요한 공부를 할 시간과 체력과 돈을 상실한다.
성인이 되면 누구나 월급명세서를 보고, 전세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카드값과 대출이자를 계산하고, 아플 때 스스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학교는 이런 걸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대부분의 학생이 졸업 후 직접 쓸 일이 많지 않은 심화 미적분과 연도 암기에 12년을 쓴다.
1. 뺄 것과 넣을 것
먼저 줄여도 되는 것들이다. 이공계로 가지 않을 학생에게까지 강제하는 미적분·기하·물리·화학 심화, 한문, 잘 안 쓰는 제2외국어, 역사의 연도·사건 암기, 고전문학의 과도한 해석 같은 것들이다. 이런 건 그 분야로 진학할 학생이 선택과목으로 배우면 충분하다. 모든 학생을 같은 깊이까지 끌고 갈 필요는 크지 않다.
반대로 늘려야 할 건 '누구나 살면서 반드시 겪는 문제'들이다.
금융 / 급여, 세금, 대출·이자, 보험, 투자 사기, 연금.
법률 / 생활 법률 기본 1000가지, 근로 전월세 계약, 사기 사고 대처
건강 / 혈압·당뇨 관리, 겅강식단, 영양제, 정신건강, 홈트레이닝
디지털 / AI 코딩, 가짜뉴스 구별, AI영상편집, 피싱 대응, 저작권.
관계 / 사랑과 용서, 감정 조절, 갈등 해결, 소통, 직장 예절.
생활 / 서바이벌 요리, 간단한 집수리, 전기·수도 안전, 각종 계약 처리.
졸업할 때 최소한 이 정도는 혼자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돈 관리와 세금 신고, 계약서 읽기, 사기 예방, 상처 응급처치, 기본 건강관리, 내 권리 이해, AI 도구 활용, 논리적으로 말하기. 이건 거의 모든 사람이 평생 반복하는 일이고, 심화 이론은 특정 전공이나 직업에서만 필요하다. 그러니 비중을 조정할 여지는 충분하다.
2. 왜 잘 안 바뀔까
그럼 왜 못 바꾸나.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다. 교육과정 개편이 더딘 데에는 각 교과의 이해관계와 입시 구조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과목을 줄이자고 하면 반발이 뒤따르곤 한다. 미적분을 줄이자 하면 수학 쪽에서, 고전문학을 줄이자 하면 국어 쪽에서, 역사 암기를 줄이자 하면 역사 쪽에서 우려가 나온다. 과목 축소가 교수·교사 수요와 교재 시장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걱정도 작용한다. 여기에 이미 큰 규모로 돌아가는 사교육 시장도 얽힌다. 과목이 바뀌면 기존 강사·교재·인강의 상당수가 쓸모를 잃으니 변화가 쉽지 않다.
교육 당국 입장에서도 수십 년 쌓인 시스템을 흔드는 건 부담이다. 바꿨다가 문제가 생기면 책임이 따르니, "점진적으로"를 반복하며 신중해지기 쉽다. 그리고 이 모든 걸 떠받치는 게 '공정하게 줄을 세워야 한다'는 압박이다. 계약서 읽기나 노동법은 객관식 5지선다로 점수 매기기가 까다롭지만, 미적분 공식이나 한자 암기는 출제와 채점이 편하다. 결과적으로 학생의 실생활 역량보다 평가의 표준화와 선발의 효율성이 우선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수능이라는 하나의 시험이 교육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한, 학교는 앞으로도 '시험 기술자'를 길러내는 역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3. 대책 — 세계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다행히 답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세계는 '시험을 잘 보는 사람'이 아니라 '진짜 살아가는 힘을 가진 사람'을 기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프랑스는 대입 시험인 바칼로레아를 논술형으로 낸다. 5지선다가 아니라 "행복과 도덕은 어떤 관계인가" 같은 문제를 에세이로 풀게 하니, 학생들이 암기 대신 생각하는 힘과 글쓰기를 자연스럽게 익힌다. 시험 자체가 사고력을 기르는 도구인 셈이다.
핀란드는 아예 과목 사이의 칸막이를 허문다. '유로화', '기후변화', '미디어 리터러시' 같은 하나의 주제를 잡고 여러 과목 지식을 합쳐서 푸는 수업을 한다. 계약서·경제·법률이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실제 문제 속에서 하나로 붙는다. 핀란드는 학생들이 모의 회사와 사회를 체험하며 돈 관리와 의사결정을 배우는 금융교육을 국가 차원에서 밀고 있다.
덴마크는 고등학교 가기 전 1년을 시험 없이 보내는 '에프터스콜레'라는 과정을 둔다. 국영수 대신 연극, 목공, 정치 토론, 자립 생활을 경험하며 "내가 누구고 어떻게 살아갈지"를 먼저 생각하게 한다.
싱가포르는 초등학교부터 저축·소비·필요와 욕구 구분을 가르치고, 중학교에서 소비자 권리와 금융 기초를 사회 과목에 녹인다. 에스토니아는 학업 성취를 최상위로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역량·창업·문제 해결·프로젝트 학습을 교육과정 전반에 심었다. 포르투갈은 금융교육을 시민교육의 필수 요소로 넣었다. OECD도 금융·시민·디지털 역량을 기존 교과에 통합하거나 필수로 반영하라고 권고하는 중이다.
그럼 한국은 뭘 할 수 있을까.
핵심은 하나다. 교과서를 통째로 뒤엎기 전에, 입시와 평가부터 바꾸는 것이다. 학교는 시험이 바뀌면 수업도 바뀐다.
첫째, 수능을 이원화한다. 대학 줄 세우기용이 아니라 졸업 자격을 확인하는 절대평가 시험으로 바꾸고, 프랑스처럼 논·서술형을 도입해 사고력을 본다. 1점 차이로 대학이 갈리는 구조가 완화되면 지엽적인 문제를 가르칠 이유도 줄어든다.
둘째, 대입 전형을 다양화한다. 점수 한 장이 아니라 에세이, 프로젝트, 활동 경험, 자립 역량을 함께 본다. 그래야 학생들이 암기에만 매달리지 않고 금융·코딩·토론·시민의식 같은 실생활 역량을 스스로 쌓게 된다.
셋째, 기존 구조를 정면으로 부딪치기보다 우회한다. 정규 교과서를 한 번에 바꾸긴 어려우니, 고교학점제 선택과목이나 정규 외 시간을 활용해 금융·노동법·실전 계약·정신건강 같은 과목을 민간 전문가·전문 기관과 연계해 넓게 개설한다. 기존 영역을 직접 건드리지 않으면서 학생과 학부모가 체감하는 만족도를 높이면, 흐름은 자연히 따라온다.
넷째, 결국 대학이 움직여야 한다. 대학이 "우리는 생활 역량 과목을 반영하겠다"고 하면 고등학교는 빠르게 바뀐다. 지금 더딘 건, 대학이 요구하지 않으니 학교도 우선순위를 낮게 둘 뿐이다.
성인이 되면 누구나 월급명세서를 보고, 전세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카드값과 대출이자를 계산하고, 아플 때 스스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학교는 이런 걸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대부분의 학생이 졸업 후 직접 쓸 일이 많지 않은 심화 미적분과 연도 암기에 12년을 쓴다.
1. 뺄 것과 넣을 것
먼저 줄여도 되는 것들이다. 이공계로 가지 않을 학생에게까지 강제하는 미적분·기하·물리·화학 심화, 한문, 잘 안 쓰는 제2외국어, 역사의 연도·사건 암기, 고전문학의 과도한 해석 같은 것들이다. 이런 건 그 분야로 진학할 학생이 선택과목으로 배우면 충분하다. 모든 학생을 같은 깊이까지 끌고 갈 필요는 크지 않다.
반대로 늘려야 할 건 '누구나 살면서 반드시 겪는 문제'들이다.
금융 / 급여, 세금, 대출·이자, 보험, 투자 사기, 연금.
법률 / 생활 법률 기본 1000가지, 근로 전월세 계약, 사기 사고 대처
건강 / 혈압·당뇨 관리, 겅강식단, 영양제, 정신건강, 홈트레이닝
디지털 / AI 코딩, 가짜뉴스 구별, AI영상편집, 피싱 대응, 저작권.
관계 / 사랑과 용서, 감정 조절, 갈등 해결, 소통, 직장 예절.
생활 / 서바이벌 요리, 간단한 집수리, 전기·수도 안전, 각종 계약 처리.
졸업할 때 최소한 이 정도는 혼자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돈 관리와 세금 신고, 계약서 읽기, 사기 예방, 상처 응급처치, 기본 건강관리, 내 권리 이해, AI 도구 활용, 논리적으로 말하기. 이건 거의 모든 사람이 평생 반복하는 일이고, 심화 이론은 특정 전공이나 직업에서만 필요하다. 그러니 비중을 조정할 여지는 충분하다.
2. 왜 잘 안 바뀔까
그럼 왜 못 바꾸나.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다. 교육과정 개편이 더딘 데에는 각 교과의 이해관계와 입시 구조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과목을 줄이자고 하면 반발이 뒤따르곤 한다. 미적분을 줄이자 하면 수학 쪽에서, 고전문학을 줄이자 하면 국어 쪽에서, 역사 암기를 줄이자 하면 역사 쪽에서 우려가 나온다. 과목 축소가 교수·교사 수요와 교재 시장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걱정도 작용한다. 여기에 이미 큰 규모로 돌아가는 사교육 시장도 얽힌다. 과목이 바뀌면 기존 강사·교재·인강의 상당수가 쓸모를 잃으니 변화가 쉽지 않다.
교육 당국 입장에서도 수십 년 쌓인 시스템을 흔드는 건 부담이다. 바꿨다가 문제가 생기면 책임이 따르니, "점진적으로"를 반복하며 신중해지기 쉽다. 그리고 이 모든 걸 떠받치는 게 '공정하게 줄을 세워야 한다'는 압박이다. 계약서 읽기나 노동법은 객관식 5지선다로 점수 매기기가 까다롭지만, 미적분 공식이나 한자 암기는 출제와 채점이 편하다. 결과적으로 학생의 실생활 역량보다 평가의 표준화와 선발의 효율성이 우선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수능이라는 하나의 시험이 교육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한, 학교는 앞으로도 '시험 기술자'를 길러내는 역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3. 대책 — 세계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다행히 답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세계는 '시험을 잘 보는 사람'이 아니라 '진짜 살아가는 힘을 가진 사람'을 기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프랑스는 대입 시험인 바칼로레아를 논술형으로 낸다. 5지선다가 아니라 "행복과 도덕은 어떤 관계인가" 같은 문제를 에세이로 풀게 하니, 학생들이 암기 대신 생각하는 힘과 글쓰기를 자연스럽게 익힌다. 시험 자체가 사고력을 기르는 도구인 셈이다.
핀란드는 아예 과목 사이의 칸막이를 허문다. '유로화', '기후변화', '미디어 리터러시' 같은 하나의 주제를 잡고 여러 과목 지식을 합쳐서 푸는 수업을 한다. 계약서·경제·법률이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실제 문제 속에서 하나로 붙는다. 핀란드는 학생들이 모의 회사와 사회를 체험하며 돈 관리와 의사결정을 배우는 금융교육을 국가 차원에서 밀고 있다.
덴마크는 고등학교 가기 전 1년을 시험 없이 보내는 '에프터스콜레'라는 과정을 둔다. 국영수 대신 연극, 목공, 정치 토론, 자립 생활을 경험하며 "내가 누구고 어떻게 살아갈지"를 먼저 생각하게 한다.
싱가포르는 초등학교부터 저축·소비·필요와 욕구 구분을 가르치고, 중학교에서 소비자 권리와 금융 기초를 사회 과목에 녹인다. 에스토니아는 학업 성취를 최상위로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역량·창업·문제 해결·프로젝트 학습을 교육과정 전반에 심었다. 포르투갈은 금융교육을 시민교육의 필수 요소로 넣었다. OECD도 금융·시민·디지털 역량을 기존 교과에 통합하거나 필수로 반영하라고 권고하는 중이다.
그럼 한국은 뭘 할 수 있을까.
핵심은 하나다. 교과서를 통째로 뒤엎기 전에, 입시와 평가부터 바꾸는 것이다. 학교는 시험이 바뀌면 수업도 바뀐다.
첫째, 수능을 이원화한다. 대학 줄 세우기용이 아니라 졸업 자격을 확인하는 절대평가 시험으로 바꾸고, 프랑스처럼 논·서술형을 도입해 사고력을 본다. 1점 차이로 대학이 갈리는 구조가 완화되면 지엽적인 문제를 가르칠 이유도 줄어든다.
둘째, 대입 전형을 다양화한다. 점수 한 장이 아니라 에세이, 프로젝트, 활동 경험, 자립 역량을 함께 본다. 그래야 학생들이 암기에만 매달리지 않고 금융·코딩·토론·시민의식 같은 실생활 역량을 스스로 쌓게 된다.
셋째, 기존 구조를 정면으로 부딪치기보다 우회한다. 정규 교과서를 한 번에 바꾸긴 어려우니, 고교학점제 선택과목이나 정규 외 시간을 활용해 금융·노동법·실전 계약·정신건강 같은 과목을 민간 전문가·전문 기관과 연계해 넓게 개설한다. 기존 영역을 직접 건드리지 않으면서 학생과 학부모가 체감하는 만족도를 높이면, 흐름은 자연히 따라온다.
넷째, 결국 대학이 움직여야 한다. 대학이 "우리는 생활 역량 과목을 반영하겠다"고 하면 고등학교는 빠르게 바뀐다. 지금 더딘 건, 대학이 요구하지 않으니 학교도 우선순위를 낮게 둘 뿐이다.
국내 통계 — "학교에서 안 가르친다"를 뒷받침하는 수치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만 18~79세 성인 2,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5.7점으로, 2022년(66.5점)보다 소폭 하락했다. 특히 20대 청년층(62.6점)이 70대 노년층을 제외하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20대의 재무점검(33.2점)·재무목표(36.1점) 점수는 2022년(각각 55.8점, 48.0점)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재무 목표를 세우고 소득·지출을 관리하며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금융행위' 영역이 특히 취약한 것이다. 한은은 어렸을 때부터 금융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디지털 금융이해력은 더 낮다. 2022년 조사에서 성인의 디지털 금융이해력 점수는 42.9점으로, 일반 금융이해력(66.5점)을 크게 밑돌았다.
전세사기 — 피해가 청년에 집중된다는 근거
전세사기 피해는 사회초년생에게 압도적으로 집중된다. 2025년 6월 기준 전세사기특별법 요건을 충족한 피해가 3만 400건에 이른 가운데, 피해자 4명 중 3명이 20~30대 청년층이었다. 30대(49.28%)와 20대(25.83%)를 합치면 40세 미만이 전체의 약 74~76%를 차지한다. 2026년 5월 기준으로는 누적 피해자가 3만 9천 명을 넘어섰고, 40세 미만 청년층 비율은 76.0%였다. 피해 보증금은 대부분 3억 원 이하(97.4%)로, 자산이 적은 계층이 직격탄을 맞은 구조다. 계약서 읽는 법, 등기부·근저당 확인, 보증보험 같은 기초 지식을 미리 배웠다면 상당수는 예방 가능했다는 점에서, 생활법률·금융 교육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쓸 수 있다.
해외 사례 — 대책 파트 보강용
영국은 2014년부터 중등 교육기관 정규과정에 금융교육을 포함했다. 수학 교육과정의 목표에 '금융 문해에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중등(7~9학년)에서 실생활 금융 지식을 다룬다. 다만 공립학교에서는 여전히 자율 편성이라 학교마다 편차가 크다는 한계도 함께 지적되므로, "도입만으로는 부족하고 필수화·표준화가 관건"이라는 논지로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2014년부터 50개 주가 경제교육을 표준 교육과정에 포함했고, 현재 40여 개 주가 고등학교 과정에 금융교육을 넣었으며 그중 20여 개 주는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는 필수 과목으로 지정했다. 유타주는 '일반 금융 이해'를 졸업 필수 과목으로 뒀다. 캐나다도 금융·소비생활을 정규 필수과목으로 운영 중이다. "선진국 전반의 흐름"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유용하다.
제도적 근거 — "새로 만들 필요 없이 이미 틀이 있다"
한국은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됐다. 학생이 진로에 따라 과목을 골라 듣는 제도적 틀이 이미 깔려 있으므로, "새 제도를 만들자"가 아니라 "이미 있는 학점제 선택과목을 금융·법률·건강 쪽으로 채우자"로 논지를 세우면 현실성이 크게 올라간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만 18~79세 성인 2,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5.7점으로, 2022년(66.5점)보다 소폭 하락했다. 특히 20대 청년층(62.6점)이 70대 노년층을 제외하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20대의 재무점검(33.2점)·재무목표(36.1점) 점수는 2022년(각각 55.8점, 48.0점)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재무 목표를 세우고 소득·지출을 관리하며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금융행위' 영역이 특히 취약한 것이다. 한은은 어렸을 때부터 금융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디지털 금융이해력은 더 낮다. 2022년 조사에서 성인의 디지털 금융이해력 점수는 42.9점으로, 일반 금융이해력(66.5점)을 크게 밑돌았다.
전세사기 — 피해가 청년에 집중된다는 근거
전세사기 피해는 사회초년생에게 압도적으로 집중된다. 2025년 6월 기준 전세사기특별법 요건을 충족한 피해가 3만 400건에 이른 가운데, 피해자 4명 중 3명이 20~30대 청년층이었다. 30대(49.28%)와 20대(25.83%)를 합치면 40세 미만이 전체의 약 74~76%를 차지한다. 2026년 5월 기준으로는 누적 피해자가 3만 9천 명을 넘어섰고, 40세 미만 청년층 비율은 76.0%였다. 피해 보증금은 대부분 3억 원 이하(97.4%)로, 자산이 적은 계층이 직격탄을 맞은 구조다. 계약서 읽는 법, 등기부·근저당 확인, 보증보험 같은 기초 지식을 미리 배웠다면 상당수는 예방 가능했다는 점에서, 생활법률·금융 교육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쓸 수 있다.
해외 사례 — 대책 파트 보강용
영국은 2014년부터 중등 교육기관 정규과정에 금융교육을 포함했다. 수학 교육과정의 목표에 '금융 문해에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중등(7~9학년)에서 실생활 금융 지식을 다룬다. 다만 공립학교에서는 여전히 자율 편성이라 학교마다 편차가 크다는 한계도 함께 지적되므로, "도입만으로는 부족하고 필수화·표준화가 관건"이라는 논지로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2014년부터 50개 주가 경제교육을 표준 교육과정에 포함했고, 현재 40여 개 주가 고등학교 과정에 금융교육을 넣었으며 그중 20여 개 주는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는 필수 과목으로 지정했다. 유타주는 '일반 금융 이해'를 졸업 필수 과목으로 뒀다. 캐나다도 금융·소비생활을 정규 필수과목으로 운영 중이다. "선진국 전반의 흐름"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유용하다.
제도적 근거 — "새로 만들 필요 없이 이미 틀이 있다"
한국은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됐다. 학생이 진로에 따라 과목을 골라 듣는 제도적 틀이 이미 깔려 있으므로, "새 제도를 만들자"가 아니라 "이미 있는 학점제 선택과목을 금융·법률·건강 쪽으로 채우자"로 논지를 세우면 현실성이 크게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