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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안 하면 손해? 한국 경조사는 틀렸다

2026-08-25
결혼 안 하면 손해? 한국 경조사는 틀렸다 — 사회, 경제돈
청첩장이 반갑기보다 부담스럽다. 부고를 받으면 슬픔보다 이번 달 잔고가 먼저 떠오른다. 친구가 많을수록 결혼식도 장례식도 많아지고, 경조사비는 늘어난다. 우리는 이걸 상부상조라 부른다.

그런데 조금만 따져보면 이상하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결혼하는 것도, 아이를 낳는 것도 아니고, 부모님 수명도 다르다. 그런데 왜 서로 다른 인생을 하나의 장부에 올려놓고 정산하려 하는가.

누군가는 구조적으로 '내기만' 한다

경조사 문화의 밑바탕에는 "내가 냈으니 나중에 나도 받겠지"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문제는 이 회수가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혼하지 않는 사람은 남의 결혼식에 수십 번 내지만 돌려받을 기회가 없다. 아이가 없는 사람은 남의 돌잔치·자녀 결혼식에 계속 내지만 돌아올 행사가 없다. 심지어 부모님이 건강하게 오래 사시면, 장부 위에서는 "나는 조의금만 냈지 받은 건 없다"는 이상한 손해가 된다.

부모님이 오래 사는 게 손해로 계산되는 문화라면, 문제는 부조금이 아니라 인생을 장부로 정산하려는 생각 그 자체다.

친구가 많을수록 파산하는 나라

친구가 많다는 건 원래 인생의 재산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인간관계가 넓어질수록 청첩장과 부고가 늘고, 지출이 늘어난다. 재산이어야 할 인맥이 고정지출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의 결혼 소식에 축하보다 "이번 달 또 얼마 나가겠네"가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낸 만큼 돌려받자'를 버려야 한다

해법은 틀을 통째로 바꾸는 것이다. 상호정산형 경조사를 버리고 자율 선물형 경조사로 가면 된다.

기존: 냈다 → 기억한다 → 기록한다 → 나중에 돌려받는다
새로: 축하하고 싶으면 낸다 → 형편껏 낸다 → 돌려받을 기대는 없다 → 못 내도 관계는 그대로다

이렇게 바꾸면 결혼을 안 해도, 아이가 없어도, 부모님이 오래 사셔도, 친구가 많아도 손해가 아니다. 경조사가 더 이상 미래의 회수 이벤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두 가지만 더하면 된다.
하나, 결혼식 밥값을 하객에게 청구하지 않는다. 비싼 호텔은 신랑신부의 선택이지 하객이 보전할 참가비가 아니다.
둘, 직장 경조사는 개인 정산이 아니라 완전 자율로한다. 원하는 사람만, 금액은 비공개로, 안 내도 설명할 필요 없이.

그런데, 누가 이 틀을 바꾸나

혼자서는 어렵다. 나만 기록을 안 해도 상대가 기억하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법으로 축의금 액수를 정하는 건 이상하다. 이건 법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다.

바꿀 주체는 따로 있다. 언론이 "왜 친구가 많을수록, 결혼을 안 할수록 손해여야 하는가"를 공론화하고, 시민사회가 캠페인을 만들고, 기업이 "경조사는 자율, 금액은 비공개, 불참해도 불이익 없음"을 먼저 선언하면 된다. 유튜버들도 중요하다. 흡연 문화도, 강제 회식도 결국 누군가 먼저 "안 하겠다"고 말하면서 바뀌었다. 이 글을 공유하라.

그러니 법도 캠페인도 기다릴 것 없다. 다음 경조사부터 내가 먼저 장부를 덮으면 된다.
축하는 선물이지 청구서가 아니다. 그러니 이제, 경조사는 정산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