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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를 논할 때 늘 나오는 비교가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지금의 저성장 국면. 둘 다 ‘어렵다’는 말은 같지만, 서민이 피부로 느끼는 고통의 형태는 천지차이다. 하나는 ‘경제가 무너지는 순간’이었고, 다른 하나는 ‘경제가 멈춰버린 장기 침체’다.
1998년 IMF 직후, 충격은 정말로 참혹했다.
GDP 성장률 –5.5%, 실업률 7%대, 실업자 170만 명.
기업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고, 평생직장이란 단어가 사라졌다. 정리해고, 명예퇴직이 전국을 휩쓸었다.
가정마다 “내일부터 일자리가 없다”는 공포가 실제로 찾아왔다.
하지만 IMF의 무서운 점은 동시에 ‘빠른 회복’이었다.
1999년 성장률 10.7%.
수출이 폭발하고 구조조정이 끝나자, 경제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반등했다.
“한 번 크게 아프고 나면 다시 일어난다”는 믿음이 있었던 시대였다.
지금은 다르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성장률은 2% 초반에 갇혀 있고, 대규모 금융위기는 없다.
공식 실업률은 낮지만 청년 체감실업률은 여전히 높고, 고용의 ‘질’이 떨어졌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더 힘들다.
임대료, 플랫폼 수수료, 원가 상승, 소비 위축이 동시에 덮치면서 “장사는 되는데 남는 게 없다”는 말이 현실이 됐다.
가장 큰 차이는 ‘물가’다.
IMF 때는 소비 자체가 얼어붙었지만, 지금은 물가가 올라 생활비가 서민을 조여온다.
일자리는 겨우 유지되는데, 월급은 그대로고 물가는 오르는 ‘소득 정체 + 생활비 압박’의 구조가 고착된 것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 IMF 시기 = **고용 붕괴형 급성 위기**
(일자리가 사라지는 공포)
- 지금 = **생활 체감 침체형 만성 위기**
(일자리는 있는데 삶이 나아지지 않는 답답함)
그래서 “어느 때가 더 힘들었냐”고 물으면 답은 간단하지 않다.
월급 받는 직장인에게는 IMF의 충격이 더 컸을 수 있고,
가게 하나 걸고 사는 자영업자에게는 지금이 더 지옥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과거 비교가 아니다.
지금 이 ‘멈춰버린 경제’를 어떻게 다시 움직이게 할 것인가.
위기의 모양은 달라졌지만, 서민 가계의 고통은 여전히 현실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