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귀신은 만원 지하철에 안 나타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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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고향 속 귀신은 늘 축시에 나온다.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 모두가 잠든 시간이다. 학교 괴담의 귀신도 아무도 없는 밤의 화장실이나 텅 빈 음악실에 산다. 점심시간 급식실 줄에 귀신이 서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귀신에게 무슨 규칙이라도 있는 걸까? 아니면 귀신을 보는 쪽, 그러니까 사람에게 무슨 조건이 있는 걸까?
사람의 뇌는 눈으로 들어온 정보를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부족한 부분은 예상으로 채워서 완성된 그림을 만든다. 밝은 곳에서는 정보가 넘치니 추측할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 어두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옷걸이에 걸린 코트, 커튼 주름, 벽지 얼룩처럼 애매한 형체가 늘어나고, 뇌는 그 빈칸을 가장 익숙한 모양으로 채운다. 그리고 사람에게 가장 익숙한 모양은 사람의 얼굴과 몸이다.
1998년 영국의 공학자 빅 탠디는 밤마다 실험실에서 오싹한 기운을 느끼고 시야 구석에 회색 형체를 봤다. 원인을 추적해보니 새로 단 환풍기였다. 환풍기가 사람 귀에 들리지 않는 초저주파를 만들고 있었고, 그 진동이 눈과 몸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환풍기를 끄자 귀신도 사라졌다. 낮의 소음 속에서는 묻혀버릴 미세한 자극이 밤의 고요 속에서는 드러난다.
영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은 귀신이 나온다고 소문난 햄튼 궁전과 에든버러 지하 통로에 수백 명의 방문객을 데려가 실험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미리 귀신 이야기를 알고 있든 모르든, 어둡고 서늘하고 천장이 낮은 장소에서 더 많은 이상한 느낌을 보고했다.
지금 지구에는 수십억 대의 스마트폰 카메라가 있다. 귀신이 정말 아무 데나 있다면 지금쯤 아주 선명한 귀신 사진이 넘쳐나야 한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이상한 것을 봤을 때 바로 옆 사람에게 물어볼 수 있다. 그러나 혼자일 때는 이 확인 과정이 없다.
귀신 체험 중 가장 생생한 것은 가위눌림이다. 이것은 꿈꾸는 동안 몸을 묶어두는 뇌의 안전장치가 아직 풀리지 않았는데 의식만 먼저 깨어난 상태다. 꿈을 만들던 뇌가 아직 멈추지 않아서, 꿈의 장면이 눈앞의 현실 위에 덧씌워진다.
연구에 따르면 열 명 중 한 명 가까이가 살면서 한 번 이상 이것을 겪고, 잠이 부족하거나 스트레스가 클 때 더 잦아진다. 한국에서는 이것을 귀신이 눌렀다고 해석했고, 다른 문화권은 그 문화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의 소행으로 여겼다.
결국 귀신이 나타나는 조건은 정해져 있다. 어둡고, 조용하고, 혼자이고, 반쯤 잠들어 있을 때다. 낮의 지하철에는 이 조건이 하나도 없다.
1. 어둠은 인간의 영상을 창조한다.
사람의 뇌는 눈으로 들어온 정보를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부족한 부분은 예상으로 채워서 완성된 그림을 만든다. 밝은 곳에서는 정보가 넘치니 추측할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 어두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옷걸이에 걸린 코트, 커튼 주름, 벽지 얼룩처럼 애매한 형체가 늘어나고, 뇌는 그 빈칸을 가장 익숙한 모양으로 채운다. 그리고 사람에게 가장 익숙한 모양은 사람의 얼굴과 몸이다.
1998년 영국의 공학자 빅 탠디는 밤마다 실험실에서 오싹한 기운을 느끼고 시야 구석에 회색 형체를 봤다. 원인을 추적해보니 새로 단 환풍기였다. 환풍기가 사람 귀에 들리지 않는 초저주파를 만들고 있었고, 그 진동이 눈과 몸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환풍기를 끄자 귀신도 사라졌다. 낮의 소음 속에서는 묻혀버릴 미세한 자극이 밤의 고요 속에서는 드러난다.
2. 수십억개의 CCTV에 안찍히는 귀신
영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은 귀신이 나온다고 소문난 햄튼 궁전과 에든버러 지하 통로에 수백 명의 방문객을 데려가 실험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미리 귀신 이야기를 알고 있든 모르든, 어둡고 서늘하고 천장이 낮은 장소에서 더 많은 이상한 느낌을 보고했다.
지금 지구에는 수십억 대의 스마트폰 카메라가 있다. 귀신이 정말 아무 데나 있다면 지금쯤 아주 선명한 귀신 사진이 넘쳐나야 한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이상한 것을 봤을 때 바로 옆 사람에게 물어볼 수 있다. 그러나 혼자일 때는 이 확인 과정이 없다.
3. 귀신은 잠 속에 있다.
귀신 체험 중 가장 생생한 것은 가위눌림이다. 이것은 꿈꾸는 동안 몸을 묶어두는 뇌의 안전장치가 아직 풀리지 않았는데 의식만 먼저 깨어난 상태다. 꿈을 만들던 뇌가 아직 멈추지 않아서, 꿈의 장면이 눈앞의 현실 위에 덧씌워진다.
연구에 따르면 열 명 중 한 명 가까이가 살면서 한 번 이상 이것을 겪고, 잠이 부족하거나 스트레스가 클 때 더 잦아진다. 한국에서는 이것을 귀신이 눌렀다고 해석했고, 다른 문화권은 그 문화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의 소행으로 여겼다.
결국 귀신이 나타나는 조건은 정해져 있다. 어둡고, 조용하고, 혼자이고, 반쯤 잠들어 있을 때다. 낮의 지하철에는 이 조건이 하나도 없다.
📚 출처 보기
Tandy & Lawrence (1998), The ghost in the machine, Journal of the Society for Psychical Research
Wiseman 외 (2003), An investigation into alleged 'hauntings', British Journal of Psychology
Sharpless & Barber (2011), Lifetime prevalence rates of sleep paralysis: A systematic review, Sleep Medicine Reviews
Cheyne (2003), Sleep paralysis and the structure of waking-nightmare hallucinations, Dreaming
Wiseman 외 (2003), An investigation into alleged 'hauntings', British Journal of Psychology
Sharpless & Barber (2011), Lifetime prevalence rates of sleep paralysis: A systematic review, Sleep Medicine Reviews
Cheyne (2003), Sleep paralysis and the structure of waking-nightmare hallucinations, Drea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