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만나는 비밀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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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만나는 비밀 통로 — 기독교, 심리학 ‹ ›
신을 만나는 비밀 통로 · 이미지: 하예라 미스테리 (자유 이용)
"참호 속에 무신론자는 없다."
포탄이 쏟아지는 참호 속에서는 신을 믿지 않던 사람도 기도하게 된다는, 전쟁터에서 생겨난 말이다.

성경 속 탕자는 아버지의 재산을 챙겨 먼 나라로 떠났다가 모든 것을 탕진하고, 굶주림 속에서 본능처럼 아버지의 집을 떠올린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고민과 두려움과 고통 속에서 사람은 본능적으로 아버지를 찾는다.

그런데 그 이야기에는 놀라운 장면이 하나 더 있다. 아버지는 아직 멀리 있는 아들을 먼저 알아보고 달려 나가 끌어안았다. 아들만 아버지를 찾은 것이 아니라, 아버지도 아들을 찾고 있었다.

1. 사람은 고통 속에서 신을 찾는다


인간은 평온할 때 내가 삶의 주인이고, 지금의 행복이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 세계를 가장 크게 흔드는 것이 고통이다. 그런데 고통은 무너뜨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기도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외상 후 성장이라 부른다. 위기를 겪은 일부 사람들은 삶의 소중함을 깊이 깨닫고, 인간관계와 내적 강인함을 새롭게 발견하며, 영적·종교적 관심이 깊어지는 변화를 경험한다. 큰 병을 겪은 뒤 하나님을 다시 찾는 일은 실제로 연구되어 온 현상인 것이다.

미국의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 역시 절망과 무력감을 통과하며 새로운 삶의 의미를 발견한 사람들의 종교적 경험에 주목했다.

2. 신은 고통 속의 사람을 찾는다


욥은 재산과 자녀와 건강까지 모두 잃었다. 자신의 고통을 이해할 수 없어 질문하고 항의하고 절규했지만, 마지막에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사오나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 (욥기 42:5)

고통 이전의 욥에게 하나님은 귀로 들은 지식이었지만, 고통을 통과한 뒤에는 눈으로 만난 존재가 되었다.

성경은 이 사실을 반복해서 말한다. "여호와는 마음이 상한 자에게 가까이 하시고"(시편 34:18). 신앙의 핵심은 강한 인간이 신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약해진 인간에게 신이 다가오는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신비주의자들도 같은 길을 걸었다. 16세기 십자가의 성 요한은 영혼의 어둠을 지나야 하나님과 더 깊은 관계에 이를 수 있다고 보았고, 20세기 프랑스의 사상가 시몬 베유 역시 극심한 고통 속에서 신적인 사랑의 현존을 경험했다고 기록했다.

3. 고통은 신을 만나는 비밀 통로


어린 시절 교회에 다녔던 사람도 어른이 되면 수십 년 동안 하나님을 잊고 살 수 있다. 그러다 인생을 뒤흔드는 사건이 찾아오면, 잊었던 찬송가가 듣고 싶어지고 기도하고 싶어진다.

왜 평범한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하던 신의 존재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 갑자기 가까워지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에게는 신을 만나는 비밀 통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신을 만나기 위해 고통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굶주린 탕자가 아버지의 집을 떠올렸을 때, 아버지는 이미 길 끝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 출처 보기
성경 구절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데서 온전하여짐이라" (고린도후서 12:9)

"아직도 상거가 먼데 아버지가 저를 보고 측은히 여겨 달려가 목을 안고 입을 맞추니" (누가복음 15:20)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인하여 내가 주의 율례를 배우게 되었나이다" (시편 119:71)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찌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시편 23:4)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 (시편 46:1)

"너희가 전심으로 나를 찾고 찾으면 나를 만나리라" (예레미야 29:13)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태복음 11:28)

명언

"우리 마음은 당신 안에서 쉬기까지 쉼이 없나이다."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하나님은 즐거움 속에서 속삭이고, 양심 속에서 말씀하시며, 고통 속에서 외치신다. 고통은 귀먹은 세상을 깨우는 하나님의 확성기다. (C.S. 루이스, 《고통의 문제》)

"오직 고난받는 하나님만이 도우실 수 있다." (디트리히 본회퍼, 《옥중서신》)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니체의 말,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인용)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일로도 가득하다." (헬렌 켈러)

연구 결과

테데스키와 캘훈(1996)은 외상 후 성장 척도(PTGI)를 개발하며, 위기 이후 나타나는 성장 영역 중 하나로 '영적 변화'를 제시했다.

노렌자얀과 핸슨(2006)의 실험에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도록 유도된 사람들은 신과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믿음이 높아졌다.

케이 등(2008)의 연구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이 줄었다고 느낀 사람들은 세상을 주관하는 신에 대한 믿음이 강해졌다.

파가먼트 등(1998)은 종교적 대처를 긍정적 대처(하나님과의 연결, 위로)와 부정적 대처(하나님에게 버림받거나 벌받는다는 느낌)로 구분했다.

파가먼트 등(2001)은 중증 질환을 앓는 노인 환자를 2년간 추적한 결과, 하나님에게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등 종교적 갈등을 겪은 환자들의 사망 위험이 더 높았다고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