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과 연애의 실수도 처벌하는 사법시스템
똑똑한 사람을 모아놔도 소용없다
구글은 최고의 성과를 내는 팀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180개가 넘는 팀을 수년간 파고들었다. 1등 팀의 결정적 요소는 IQ도 경력도 스타 플레이어의 숫자도 아니었다. 심리적 안전감이었다. 실수해도 죽지 않는다는 믿음, 질문했다고 바보 취급받지 않는다는 믿음, 반대했다고 보복당하지 않는다는 믿음. 그런 팀은 문제가 빨리 드러난다. 반대로 한 번 크게 당한 사람은 입을 닫는다. 문제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지하로 내려간다.
한국이 딱 그 지하실이다. 천재가 넘치는 나라인데 그 천재들이 손발이 묶여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이유는 하나다. 뭔가를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그 실패가 곧바로 인생 퇴장으로 이어지도록 시스템이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실수를 범죄로 만드는 나라
사업은 원래 실패하면서 배우는 일이다. 제품을 잘못 고르고, 사람을 잘못 뽑고, 계약서에 구멍이 나고, 세금 신고를 실수하고, 거래처와 싸우는 그 모든 과정이 사업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한 번의 실수가 민사소송, 형사 고소, 행정처분, 과태료, 영업정지, 손해배상, 신용불량, 인터넷 박제, 평판 파탄으로 줄줄이 폭발한다. 실수 하나에 인생 전체가 인질로 잡힌다.
이런 곳에서 사람이 어떻게 창의적으로 사업하겠나. "괜히 벌이지 말자, 직원도 쓰지 말자, 크게 하지 말자"로 도망친다. 실패를 피하는 게 아니라 행동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법이 사람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마비시키고 있다.
과잉보호가 만든 마비 사회
물론 안전한 사회는 필요하다. 사기, 갑질, 착취, 폭력은 엄하게 처벌해야 하고 노동자와 소비자는 보호받아야 한다. 하지만 사람을 지키려고 만든 장치가 지나치게 무거워지면 사람들은 관계 맺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된다. 직원 뽑는 게 무섭고, 파트너 만드는 게 무섭고, 계약이 무섭고, 광고 문구 하나가 무섭다. 보호가 과해지면 아무도 서로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연애조차 범죄가 된 시대
연애도 똑같다. 오해하지 마라. 성폭력과 강제는 분명하게 처벌해야 하고 피해자는 반드시 보호받아야 한다. 그건 흥정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인간관계의 모든 복잡한 갈등을 가해자와 피해자 둘 중 하나로만 찍어 누를 수 있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진짜 폭력은 더 정밀하게 골라내 더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관계의 실패와 오해까지 전부 가장 무거운 프레임에 밀어 넣으면, 젊은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려 하기 전에 자기 방어부터 배운다. "괜히 다가가지 말자, 차라리 연애를 하지 말자." 사랑이 사라진 게 아니다. 관계의 위험을 감당할 수 없게 만든 시스템이 사람을 얼어붙게 한 것이다.
두려움은 사람을 착하게 만들지 않는다
"걸리면 끝장이다"라는 공포가 어느 선을 넘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사람들은 실패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일을 아예 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 사업도 안 하고, 투자도 안 하고, 채용도 안 하고, 새로운 관계도 안 만든다. 말도 줄인다. 사회가 안전해지는 게 아니라 통째로 시체처럼 굳어버린다. 두려움으로 굴러가는 조직이 결국 실수를 숨기듯, 두려움으로 굴러가는 사회는 결국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다.
해답은 처벌 완화가 아니라 정밀함이다
여기서 반드시 나오는 반박. "그럼 범죄자를 봐주자는 거냐?" 아니다. 정반대다. 진짜 범죄와 단순한 실수, 분쟁, 오해를 지금보다 훨씬 정확하게 구분하자는 것이다.
실수와 범죄는 다르다. 갈등과 폭력은 다르다. 관계의 실패와 악의적 가해는 다르다. 사업의 실패와 사기는 다르다. 이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사회는 공정해지는 게 아니라 모두가 모든 것을 두려워하는 감옥이 된다. 지금 한국이 그 감옥에 가까워지고 있다.
숫자가 증명하는 제정신 아닌 시스템
이건 감상이 아니다. 숫자가 증명한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cite index="9-1">2010년 인구 10만 명당 고소당한 사람이 한국은 1,068명, 일본은 7.3명이었다. 146배 차이다. 그리고 2018년엔 한국 1,172명 대 일본 5.4명, 격차가 217배로 벌어졌다. 두 나라 다 대륙법 계승해서 사법 체계가 거의 같은데 이 정도로 벌어진다.
이게 무슨 뜻인가. 이웃이, 거래처가, 헤어진 연인이, 직원이, 손님이 언제든 나를 피의자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형사 고소는 민사와 달리 공짜다. 고소장 한 장이면 멀쩡한 사람도 경찰서에 불려가 조사받고, 소문나고, 인생이 흔들린다. 진짜 죄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누군가 앙심을 품었기 때문에 범죄가 되든 말든 일단 고소부터 하고 보는 것이고, 처벌을 못 받아내도 고소인은 이미 분풀이를 끝냈으니 상관없다.
한국 최악의 법률 설계
공부 많이 했다는 그 전문가들이, 법을 설계한다는 그 엘리트들이, 이거 하나를 제대로 짜지 못해서 온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 피라미드를 누가 어떻게 쌓았는지보다 이게 더 미스터리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모여서, 세계 최악 수준의 고소 공화국을 만들어냈다.
구글은 최고의 성과를 내는 팀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180개가 넘는 팀을 수년간 파고들었다. 1등 팀의 결정적 요소는 IQ도 경력도 스타 플레이어의 숫자도 아니었다. 심리적 안전감이었다. 실수해도 죽지 않는다는 믿음, 질문했다고 바보 취급받지 않는다는 믿음, 반대했다고 보복당하지 않는다는 믿음. 그런 팀은 문제가 빨리 드러난다. 반대로 한 번 크게 당한 사람은 입을 닫는다. 문제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지하로 내려간다.
한국이 딱 그 지하실이다. 천재가 넘치는 나라인데 그 천재들이 손발이 묶여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이유는 하나다. 뭔가를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그 실패가 곧바로 인생 퇴장으로 이어지도록 시스템이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실수를 범죄로 만드는 나라
사업은 원래 실패하면서 배우는 일이다. 제품을 잘못 고르고, 사람을 잘못 뽑고, 계약서에 구멍이 나고, 세금 신고를 실수하고, 거래처와 싸우는 그 모든 과정이 사업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한 번의 실수가 민사소송, 형사 고소, 행정처분, 과태료, 영업정지, 손해배상, 신용불량, 인터넷 박제, 평판 파탄으로 줄줄이 폭발한다. 실수 하나에 인생 전체가 인질로 잡힌다.
이런 곳에서 사람이 어떻게 창의적으로 사업하겠나. "괜히 벌이지 말자, 직원도 쓰지 말자, 크게 하지 말자"로 도망친다. 실패를 피하는 게 아니라 행동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법이 사람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마비시키고 있다.
과잉보호가 만든 마비 사회
물론 안전한 사회는 필요하다. 사기, 갑질, 착취, 폭력은 엄하게 처벌해야 하고 노동자와 소비자는 보호받아야 한다. 하지만 사람을 지키려고 만든 장치가 지나치게 무거워지면 사람들은 관계 맺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된다. 직원 뽑는 게 무섭고, 파트너 만드는 게 무섭고, 계약이 무섭고, 광고 문구 하나가 무섭다. 보호가 과해지면 아무도 서로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연애조차 범죄가 된 시대
연애도 똑같다. 오해하지 마라. 성폭력과 강제는 분명하게 처벌해야 하고 피해자는 반드시 보호받아야 한다. 그건 흥정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인간관계의 모든 복잡한 갈등을 가해자와 피해자 둘 중 하나로만 찍어 누를 수 있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진짜 폭력은 더 정밀하게 골라내 더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관계의 실패와 오해까지 전부 가장 무거운 프레임에 밀어 넣으면, 젊은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려 하기 전에 자기 방어부터 배운다. "괜히 다가가지 말자, 차라리 연애를 하지 말자." 사랑이 사라진 게 아니다. 관계의 위험을 감당할 수 없게 만든 시스템이 사람을 얼어붙게 한 것이다.
두려움은 사람을 착하게 만들지 않는다
"걸리면 끝장이다"라는 공포가 어느 선을 넘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사람들은 실패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일을 아예 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 사업도 안 하고, 투자도 안 하고, 채용도 안 하고, 새로운 관계도 안 만든다. 말도 줄인다. 사회가 안전해지는 게 아니라 통째로 시체처럼 굳어버린다. 두려움으로 굴러가는 조직이 결국 실수를 숨기듯, 두려움으로 굴러가는 사회는 결국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다.
해답은 처벌 완화가 아니라 정밀함이다
여기서 반드시 나오는 반박. "그럼 범죄자를 봐주자는 거냐?" 아니다. 정반대다. 진짜 범죄와 단순한 실수, 분쟁, 오해를 지금보다 훨씬 정확하게 구분하자는 것이다.
실수와 범죄는 다르다. 갈등과 폭력은 다르다. 관계의 실패와 악의적 가해는 다르다. 사업의 실패와 사기는 다르다. 이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사회는 공정해지는 게 아니라 모두가 모든 것을 두려워하는 감옥이 된다. 지금 한국이 그 감옥에 가까워지고 있다.
숫자가 증명하는 제정신 아닌 시스템
이건 감상이 아니다. 숫자가 증명한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cite index="9-1">2010년 인구 10만 명당 고소당한 사람이 한국은 1,068명, 일본은 7.3명이었다. 146배 차이다. 그리고 2018년엔 한국 1,172명 대 일본 5.4명, 격차가 217배로 벌어졌다. 두 나라 다 대륙법 계승해서 사법 체계가 거의 같은데 이 정도로 벌어진다.
이게 무슨 뜻인가. 이웃이, 거래처가, 헤어진 연인이, 직원이, 손님이 언제든 나를 피의자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형사 고소는 민사와 달리 공짜다. 고소장 한 장이면 멀쩡한 사람도 경찰서에 불려가 조사받고, 소문나고, 인생이 흔들린다. 진짜 죄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누군가 앙심을 품었기 때문에 범죄가 되든 말든 일단 고소부터 하고 보는 것이고, 처벌을 못 받아내도 고소인은 이미 분풀이를 끝냈으니 상관없다.
한국 최악의 법률 설계
공부 많이 했다는 그 전문가들이, 법을 설계한다는 그 엘리트들이, 이거 하나를 제대로 짜지 못해서 온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 피라미드를 누가 어떻게 쌓았는지보다 이게 더 미스터리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모여서, 세계 최악 수준의 고소 공화국을 만들어냈다.
핵심 통계 원출처
인구 10만 명당 피고소인 수(2010년 한국 1,068.7명·일본 7.3명·약 146배, 2018년 한국 1,172.5명·일본 5.4명·약 217배)의 원출처는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의 「고소·고발 남용 등에 대응한 입건 관행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다.
해당 통계가 인용·수록된 1차 자료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박재호 의원실 공동주최 「고소·고발 사건 남용 방지를 위한 입법토론회」 자료집(2021년 12월 8일)에 위 수치가 실려 있다.
윤동호(국민대 교수) 주제발표 II 「고소·고발 입건 제도 개선안」 슬라이드에 2010년·2018년 비교 표(146배·217배)가 제시된다.
박광온(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축사에 동일 수치가 인용되어 있다.
자료집 원문 링크: https://www.kicj.re.kr/boardDownload.es?bid=0007&list_no=11903&seq=1
논지 보강용 부속 근거(같은 자료집 수록)
김정연(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토론문: 고소제도가 채무변제·손해배상 등 민사 구제절차를 대신하는 사실상의 절차로 기능하며, 죄명별로 재산범죄가 절반을 차지하고 상당수가 단순 민사사안의 채권추심 목적 고소라고 분석한다.
동 자료집 설문조사(대상 300명):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동시 진행한 이유로 '상대방에 대한 심리적 압박' 33%(1위), '손해배상금을 높이기 위해' 13% 등으로 나타난다.
기소율: 2020년 기준 고소사건 기소율 20.7%, 고발 45.6%, 전체 형사사건 56%로 집계된다.
황문규(중부대 교수) 주제발표 I: 2019년 고소된 사람 651,804명, 이 중 기소로 이어진 경우는 15.7%다.
교차 확인용 별도 통계(자료집 외)
2009년 기준 법무부 분석에서 인구 10만 명당 피고소인은 한국 1,246명·일본 7.26명으로 약 171배 차이가 났으며, 당시 고소사건 기소율은 약 18%, 불기소율은 70% 이상으로 분석되었다.
출처: 리걸타임즈, 「한국, 일본보다 50배 이상 고소 선호」(2012). https://www.legal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41
인구 10만 명당 피고소인 수(2010년 한국 1,068.7명·일본 7.3명·약 146배, 2018년 한국 1,172.5명·일본 5.4명·약 217배)의 원출처는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의 「고소·고발 남용 등에 대응한 입건 관행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다.
해당 통계가 인용·수록된 1차 자료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박재호 의원실 공동주최 「고소·고발 사건 남용 방지를 위한 입법토론회」 자료집(2021년 12월 8일)에 위 수치가 실려 있다.
윤동호(국민대 교수) 주제발표 II 「고소·고발 입건 제도 개선안」 슬라이드에 2010년·2018년 비교 표(146배·217배)가 제시된다.
박광온(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축사에 동일 수치가 인용되어 있다.
자료집 원문 링크: https://www.kicj.re.kr/boardDownload.es?bid=0007&list_no=11903&seq=1
논지 보강용 부속 근거(같은 자료집 수록)
김정연(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토론문: 고소제도가 채무변제·손해배상 등 민사 구제절차를 대신하는 사실상의 절차로 기능하며, 죄명별로 재산범죄가 절반을 차지하고 상당수가 단순 민사사안의 채권추심 목적 고소라고 분석한다.
동 자료집 설문조사(대상 300명):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동시 진행한 이유로 '상대방에 대한 심리적 압박' 33%(1위), '손해배상금을 높이기 위해' 13% 등으로 나타난다.
기소율: 2020년 기준 고소사건 기소율 20.7%, 고발 45.6%, 전체 형사사건 56%로 집계된다.
황문규(중부대 교수) 주제발표 I: 2019년 고소된 사람 651,804명, 이 중 기소로 이어진 경우는 15.7%다.
교차 확인용 별도 통계(자료집 외)
2009년 기준 법무부 분석에서 인구 10만 명당 피고소인은 한국 1,246명·일본 7.26명으로 약 171배 차이가 났으며, 당시 고소사건 기소율은 약 18%, 불기소율은 70% 이상으로 분석되었다.
출처: 리걸타임즈, 「한국, 일본보다 50배 이상 고소 선호」(2012). https://www.legal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