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들만 잡혀간다. 한국의 미스테리
선을 행하려면 결국 무언가를 해야 한다. 사람을 만나고, 계약을 맺고, 직원을 고용하고, 사업을 벌이고, 봉사하고 기부하고, 이런저런 책임을 떠안는다. 그런데 활동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법과 맞닿는 접점의 면적도 함께 넓어진다. 근로기준법, 중대재해처벌법, 세법, 기부금품법… 문자하나 말 하나, 이미지하나만 실수해도 고소당할 위험이 있다. 사회의 낮은 자들은 인성이 파탄이라 그들을 접촉하는것 자체도 위험이다. 판을 키울수록 지켜야 할 법이 늘어나고, 그 법 하나하나가 발밑에 놓인 덫이 된다.
여기에 '몰라서 어기는 법'까지 더해진다. 매년 세부적으로 수만 건이 만들어지고 개정되고 강화되는데 홍보를 못한다.
결국 좋은 뜻으로 기부금을 모으다 등록 절차 하나를 빠뜨려 위법이 되고, 사람을 뽑았다가 노동법 절차 하나를 놓쳐 진정을 받는 식이다. 시스템은 이런 과실자와 진짜 악인을 똑같은 법 위반자로 취급한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고소·고발이 유난히 남발된다. 연간 고소·고발이 50만 건에 육박하고, 인구가 2.4배 많은 일본이 연 1만 건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인구 대비 100배를 넘는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선한 활동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 총구 앞에 설 확률도 높아진다.
선행 100개는 무효, 실수 1개는 범죄.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적용될 법 자체가 적다. 움직이지 않으니 어길 일도 없다. 지금의 구조는 적극적으로 사회에 기여하려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법적 위험을 짊어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관망하는 사람은 그 위험에서 벗어나 있는 역설을 만든다. 열심히 사는 사람이 법적 리스크라는 폭탄을 안고 달리는 셈이다.
이 나라의 법에는 당근이 없고 채찍만 있다. 악행을 막는 데는 지독하게 엄격하지만, 선행에는 거의 아무런 보상도 보호도 없다. 좋은 일을 백 번 해도 법적 이득은 없거나 미미한데, 수많은 규제 가운데 단 하나만 어겨도 그 순간 '위법자'라는 낙인이 찍힌다. 애초에 법이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권장하는 장치가 아니라 "무엇을 하면 안 되는가"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그럼 외국은 어떻게 하나
핵심 차이는 "고소장이 들어오면 무조건 수사에 들어가느냐"에 있다. 우리는 고소인의 재판청구권 보호에 치우쳐 고소장이 접수되면 사실상 전부 수리하고 상대를 피의자로 입건한다. 선진국은 그렇지 않다.
일본이 가장 대조적이다. 일본 수사기관은 민사 불개입 원칙을 강하게 고수한다. 돈 문제 같은 분쟁은 형사가 아니라 민사로 풀라는 것이다. 독일과 일본은 접수 단계부터 실질 요건을 까다롭게 검토해 불필요한 입건 자체를 최소화한다. 영미권은 한 발 더 나아가, 악의적으로 소송을 남발하는 사람을 아예 '제한 소송당사자'로 지정해 관리한다. 상습적으로 남을 괴롭히는 소송꾼은 법원 허가 없이는 새 소송을 걸지 못하게 막는 식이다.
해법 다섯 가지
이대로 두면 선행하는 사람들만 고소고발, 벌금, 감금으로 죄다 사라지게 된다. 해법은 나오는데 왜 실천이 안될까?
첫째, 입구에 필터를 단다. 고소·고발을 무조건 수리·입건하는 관행을 바꿔, 요건에 미달하는 사건은 접수와 동시에 걸러내는 각하 요건을 형사소송법에 명문화한다. 다만 진짜 피해자를 막지 않도록, 걸러진 사람에게는 간이한 이의·재심사 통로를 함께 열어둔다. 문을 잠그는 게 아니라 회전문으로 바꾸는 것이다.
둘째, 남용에 값을 매긴다. 지금은 누구를 고소해도 고소인은 잃을 게 없다. 허위·악의가 명백한 고소에는 무고죄를 실질적으로 물리고, 소송비용 부담명령을 활성화해 "일단 걸고 보자"는 유인 자체를 없앤다. 선의의 착오는 봐주되, 악의의 무기화에는 비용을 물리는 비대칭 설계다.
셋째, 형사가 아니라 대화로 보내는 우회로를 넓힌다. 2007년 도입된 형사조정제도가 이미 있지만, 민사 성격이 짙은 사건은 형사 절차에 올리기 전에 조정·화해로 먼저 돌리도록 기본값을 바꾼다. '민사의 형사화'를 되감는 일이다.
넷째, 악의의 범죄와 달리 사업·고용·기부처럼 사회활동에서 처음 발생한 경미한 행정 위반은, 곧바로 처벌하지 말고 '시정 우선' 원칙을 적용한다. 기간 안에 고치면 벌하지 않는 것이다.
다섯째, 법의 총량 자체를 다이어트한다. 새 법을 만들 때마다 낡거나 겹치는 규제를 하나씩 폐지하는 원칙, 그리고 개인·소상공인이 실제로 마주치는 의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통합 안내 체계가 필요하다.
여기에 '몰라서 어기는 법'까지 더해진다. 매년 세부적으로 수만 건이 만들어지고 개정되고 강화되는데 홍보를 못한다.
결국 좋은 뜻으로 기부금을 모으다 등록 절차 하나를 빠뜨려 위법이 되고, 사람을 뽑았다가 노동법 절차 하나를 놓쳐 진정을 받는 식이다. 시스템은 이런 과실자와 진짜 악인을 똑같은 법 위반자로 취급한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고소·고발이 유난히 남발된다. 연간 고소·고발이 50만 건에 육박하고, 인구가 2.4배 많은 일본이 연 1만 건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인구 대비 100배를 넘는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선한 활동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 총구 앞에 설 확률도 높아진다.
선행 100개는 무효, 실수 1개는 범죄.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적용될 법 자체가 적다. 움직이지 않으니 어길 일도 없다. 지금의 구조는 적극적으로 사회에 기여하려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법적 위험을 짊어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관망하는 사람은 그 위험에서 벗어나 있는 역설을 만든다. 열심히 사는 사람이 법적 리스크라는 폭탄을 안고 달리는 셈이다.
이 나라의 법에는 당근이 없고 채찍만 있다. 악행을 막는 데는 지독하게 엄격하지만, 선행에는 거의 아무런 보상도 보호도 없다. 좋은 일을 백 번 해도 법적 이득은 없거나 미미한데, 수많은 규제 가운데 단 하나만 어겨도 그 순간 '위법자'라는 낙인이 찍힌다. 애초에 법이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권장하는 장치가 아니라 "무엇을 하면 안 되는가"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그럼 외국은 어떻게 하나
핵심 차이는 "고소장이 들어오면 무조건 수사에 들어가느냐"에 있다. 우리는 고소인의 재판청구권 보호에 치우쳐 고소장이 접수되면 사실상 전부 수리하고 상대를 피의자로 입건한다. 선진국은 그렇지 않다.
일본이 가장 대조적이다. 일본 수사기관은 민사 불개입 원칙을 강하게 고수한다. 돈 문제 같은 분쟁은 형사가 아니라 민사로 풀라는 것이다. 독일과 일본은 접수 단계부터 실질 요건을 까다롭게 검토해 불필요한 입건 자체를 최소화한다. 영미권은 한 발 더 나아가, 악의적으로 소송을 남발하는 사람을 아예 '제한 소송당사자'로 지정해 관리한다. 상습적으로 남을 괴롭히는 소송꾼은 법원 허가 없이는 새 소송을 걸지 못하게 막는 식이다.
해법 다섯 가지
이대로 두면 선행하는 사람들만 고소고발, 벌금, 감금으로 죄다 사라지게 된다. 해법은 나오는데 왜 실천이 안될까?
첫째, 입구에 필터를 단다. 고소·고발을 무조건 수리·입건하는 관행을 바꿔, 요건에 미달하는 사건은 접수와 동시에 걸러내는 각하 요건을 형사소송법에 명문화한다. 다만 진짜 피해자를 막지 않도록, 걸러진 사람에게는 간이한 이의·재심사 통로를 함께 열어둔다. 문을 잠그는 게 아니라 회전문으로 바꾸는 것이다.
둘째, 남용에 값을 매긴다. 지금은 누구를 고소해도 고소인은 잃을 게 없다. 허위·악의가 명백한 고소에는 무고죄를 실질적으로 물리고, 소송비용 부담명령을 활성화해 "일단 걸고 보자"는 유인 자체를 없앤다. 선의의 착오는 봐주되, 악의의 무기화에는 비용을 물리는 비대칭 설계다.
셋째, 형사가 아니라 대화로 보내는 우회로를 넓힌다. 2007년 도입된 형사조정제도가 이미 있지만, 민사 성격이 짙은 사건은 형사 절차에 올리기 전에 조정·화해로 먼저 돌리도록 기본값을 바꾼다. '민사의 형사화'를 되감는 일이다.
넷째, 악의의 범죄와 달리 사업·고용·기부처럼 사회활동에서 처음 발생한 경미한 행정 위반은, 곧바로 처벌하지 말고 '시정 우선' 원칙을 적용한다. 기간 안에 고치면 벌하지 않는 것이다.
다섯째, 법의 총량 자체를 다이어트한다. 새 법을 만들 때마다 낡거나 겹치는 규제를 하나씩 폐지하는 원칙, 그리고 개인·소상공인이 실제로 마주치는 의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통합 안내 체계가 필요하다.
선행이나 사회활동 과정에서 적용될 수 있는 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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