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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음식은 누가 먹나? 음식물 쓰레기 대란

2026-09-13
제사음식은 누가 먹나? 음식물 쓰레기 대란 — 사회, 신화
제사상을 보면 늘 같은 질문이 든다.
'이 음식, 대체 누가 먹으라고 차리는 걸까.'

메뉴는 조선시대가 정하고, 만드는 건 며느리가 하고, 절은 아들이 하고, 먹는 건 산 사람이 하고, 마지막에 버리는 건 음식물 쓰레기통이 한다. 이 이상한 분업을 한번 뜯어보자.

첫째. 메뉴를 정하는 건 죽은 전통이다

제사상 메뉴는 우리가 정하지 않는다. 수백 년 전 관습이 정한다.
전, 나물, 탕, 산적, 포, 대추, 밤, 배, 감, 약과, 북어포….

살아계실 땐 입에도 안 대시던 약과랑 북어포를, 돌아가신 다음에야 매년 억지로 올려드린다. 저승에서 할아버지가 "아니 나 탕수육 좋아했는데 왜 자꾸 굴비만 주냐"고 하실지도 모르는 일이다.

메뉴를 정하는 기준이 "돌아가신 분 취향"도 아니고 "지금 먹을 사람 취향"도 아니라 오로지 전통이라는 거. 이게 첫 번째 아이러니다.

둘째. 만드는 사람 따로, 먹는 사람 따로

새벽부터 일어나 전 부치고, 나물 무치고, 생선 굽고, 탕 끓이고, 과일 순서 맞추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상 앞에 앉아 절만 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그렇게 고생해서 차렸는데, 정작 애들한테 "이 중에 뭐 먹고 싶어?" 물어보면 대답은 뻔하다. 치킨, 피자, 삼겹살, 초밥, 아이스크림.

차례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치킨 언제 시켜줘?" 눈치를 보고, 어른들은 "몸에 좋은 나물 좀 먹어라"며 억지로 입에 넣어준다.

셋째. 진짜 비극은 제사가 끝난 다음이다

여기서부터가 하이라이트다. 수십만 원어치 재료비, 며칠간의 노동, 명절 스트레스. 이 셋을 다 합쳐서 나온 결과물이 뭐냐면.. 일주일 내내 냉장고에 방치되는 식은 전이다.

밀봉 용기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전과 나물들. 전찌개로 한 번, 전볶음으로 한 번, 그러다 결국 음식물 쓰레기봉투로 직행한다. 조상님을 향한 정성이 종량제 봉투로 끝나는 셈이다.

명절만 지나면 어김없이 뉴스에 나온다. 명절 음식물 쓰레기 대란.

그래서, 무엇을 바꿔야 하나

첫째, 메뉴를 바꾸자.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음식,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음식,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차리자. 돌아가신 분이 생전에 좋아하셨던 음식이라면 그것도 좋다. 아니면 더 간단하게, 다 같이 밖에 나가서 먹자.

둘째, 추모의 방법을 바꾸자. 돌아가신 분이 생전에 좋아하시던 음악이나 영상 하나 틀어놓고, 온 가족이 그분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새벽부터 전을 부쳐 사흘 동안 남은 음식을 처리하는 것보다 이게 더 따뜻한 추모 아닐까.

죽은 조상을 위해 차렸다가 결국 버리는 명절보다, 산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나누는 명절. 조상은 기억하고, 가족은 즐겁고, 음식은 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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